새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설명절이 끼어 있어 실제적인 새학기 준비는 1주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올해도 좋은 강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설명절 연휴기간에 생각해 보고 있다. 타성에 젖지 않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수자인 내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강의를 위해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언젠가 “프리젠테이션 최악의 버릇10가지“란 글을 인용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지금은 삭제됨).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이 일치하기에 인용했지만, 이번엔 내 생각을 적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함으로서 내 스스로에게도 책찍질이 되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은 지난번 “교원워크숍”에서 교수들에게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사실 참여한 교수들에게 한 말이지만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내용이기도 했다.
- 강의안이 내 머릿속에 완벽하게 담아져 있어야 한다. 강의 슬라이드는 강의의 보조자료일 뿐이다. 강의의 내용은 화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서 나와야 한다. 흔히 슬라이드를 보고 읽는 강의자들이 있다. 이것은 절반의 실패를 하면서 강의를 하는 것과 같다. 슬라이드를 보는 것은 학생과의 소통이 일단 끊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소통하는 강의가 되어야 한다. 맹자(孟子)의 교육방식은 ‘소통’과 ‘설득’이었다. 소통이 되어야 설득이 될 수 있고, 설득이 되어야 배우는 학생들이 그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생들과의 끊임없는 교감없이는 절대로 좋은 강의가 될 수 없다. 가능한 많은 학생들과의 눈맞주치기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 나는 강의를 할 때 많이 움직이는 편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움직임은 가능한 하지 않는다. 나의 발걸음이나 움직임이 교육내용과 무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나하나 계산된 동작이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기까지는 20여년의 강의경력이 필요했다. 나의 움직임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학생때 교단에서의 교수님들의 움직임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때의 움직에 따른 의학지식이 고스란히 연관되어 기억된다는 사실이다.
- 나는 어투와 발음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실 내가 배웠던 의학용어의 발음은 말그대로 콩글리쉬이다. 원어에 가깝게 발음하도록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다. 네이버사전과 메이엄-웹스터 사전을 강의전에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우리세대까지는 콩글리쉬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음세대는 분명히 원어에 준하는 용어들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 뿐만 아니라 의학을 가르치는 모든 교수들이 함께 노력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 어투에는 아직도 남도사투리가 섞여있다. 가능한 표준말을 사용하려고 하지만 내 몸에 배어있는 사투리억양은 고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중에 있다.
- 강의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강의실을 나와서는 안된다. 분명한 학습목표과 교육내용에 대한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강의를 하다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강의의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의를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결정되기도 한다.나는 첫강의가 아닌 이상에는 항상 지난 시간의 내용을 복습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의 복습은 그날 배워할 것을 연속적으로 잇는 역할도 하지만, 학생들이 복습을 하지 않으면 지난 시간에 배웠던 것이 자신의 지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 여유를 갖고 강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어 서둘러 끝내는 강의는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나는 가능한 수업이 끝날 무렵 그날의 강의를 정리해 준다. 그리고 다음시간에 어떤 내용의 강의를 할 것인지를 미리 예고한다. 학생들의 쉬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한다. 만일 그날 계획한 강의가 끝나지 못했다면 다음 시간에 조금만 더 서둘러서 강의를 해서 충분히 매꿀 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계획대로 강의가 되도록 치밀하게 강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하게 되고, 준비된 교수로부터 배운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 나는 헤드셋마이크와 자유로운 복장을 한다. 가능한 넥타이를 하지 않는다. 청바지에 라운드티셔츠를 선호한다. 스티브잡스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다. 원래 나는 그렇게 해왔다. 그렇다고 절대로 복장이 대충입고 온 옷이라고 생각들게 해서는 안된다. 나름대로 비싼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학생들도 그것을 느끼게 된다. 헤드셋마이크는 좀 더 자유로운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다. 양손이 자유로우니 설명할 때도 좋고, 때론 칠판에 그림을 그려서 보충설명을 해야 할 경우에(물론 이런 보충설명도 슬라이드 속에 넣지만, 그림을 그려서 설명함으로서 더 좋은 교육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아서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더욱이 손에 들고 있지 않고 입에서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니 소리가 일정하게 송출된다. 손으로 들고하는 경우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정리해 본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올해 설은 조금 늦은 편이라 개강이 바로 이어져 더 마음이 분주해지는 거 같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강단에 서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선생님의 글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올해도 많은 보람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늘 이렇게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김형태 드림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15학번 총대 이원만입니다. 교수님께서 블로그를 운영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들어와서 교수님께서 쓰신 많은 글들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교수님께서 얼마나 강의를 열정적으로 준비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15학번 동기들이 교수님께서 열정적으로 준비하신만큼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예전에 쓰신 글들 중에 “1학년 첫시험 해부학총론”이라는 글에 있는 말씀이 너무나 와닿았습니다. “공부에는 꼼수란 없다. 정직하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정직과 성실이 최선이다”라는 말씀을 보고 가끔씩 지름길을 찾아나섰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앞으로 정직하게 공부를 하면서 학점 잘 받는것보단 의학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더욱 더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헐. 댓글에 놀랐넹. 아직 얼굴도 못봤는데…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줘서 고마워. 보통는 입학하기전에 총대단이 방문하는데, 올해는 학습부장들만 와서 또 놀램. ㅋㅋ
아무튼 다음주에 만나.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음주에 시간되시면 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뭐 죄송까정. 걍… 입학전에 얼굴봐야 하는데… 못봐서 아쉽다는 뜻임. 돈워리…
네 교수님 ㅠ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