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卑怯), 비굴(卑屈), 비난(非難), 비판(批判), 비관(悲觀), 비방(誹謗), 비극(悲劇), 등등 비록 한자어는 다르지만 우리말로는 모두 “비”로 발음되는 말들이다. 나는 이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비겁“이다. 인간의 추한 모습 중에서 아마도 가장 보기 싫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단어로 “비열(卑劣/鄙劣, meanness)”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열’은 한자어로는 사전에 卑劣과 鄙劣 두가지로 표현된다.
아무튼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가장 나쁜 모습이 “비겁”과 “비열”이다. 사람은 다 다르다. 강한 자도 있고, 약한 자도 있다. 건강한 자도 있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부유한 자도 있고, 가난한 자도 있다. 높은 자도 있고, 낮은 자도 있다. 많이 배운 자도 있고, 배우지 못한 자도 있다. 똑똑하게 태어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부지런한 자도 있고, 게으른 자도 있다.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상대적으로 타인에 비하여 강하거나, 건강하거나, 부유하거나, 높거나, 많이 배웠거나, 남들보다 좀 똑똑하거나 하는 사람 중에도 비겁하거나 비열한 사람들이 꽤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한번 와서 살다가 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살까?하는 생각이 든다.
불쌍한 인생들이다.
세상을 살면서 타인에 비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는 뜻은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여야 하는 “사회적 책무성”을 가졌다는 뜻이다. 그것을 모르는 인생이 바로 비겁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