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당황스럽다. 지난번 심한 vertigo와 nausea를 경험했던 한달간의 시간을 보낸 후에 많은 기억들이 사라졌다. 메니에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나의 증상들은 최근 몇주간 나타나지 않았다. 약간의 어지러움증은 있지만, 이것은 수면부족이나 과로 등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억들이 사라졌다는 뜻은 과거의 일들이 흐릿하거나 애매하거나 헷갈린다는 뜻이 아니다. 아예 없어져 버렸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지난 봄에 홍천에서 개최되었던 대한체질인류학회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출장비 9만원(차비와 숙박비)이 입금되었던 일로 인해 학회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데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조교에게 물어 보았다.
강원도 홍천에서 열렸고,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갔고, 거기에 있는 리조트에서 숙박을 했다는 것이다. 함께 갔던 동료교수가 “같은 방을 썼는데…”라고 말한다. 솔직히 전혀 기억이 없다. ‘그래었나?’ 정도의 기억이 아니다. 아예 내 기억속에는 홍천에서 열렸던 학회에 대한 기억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사라진 일들이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아내와 통영에 가서 박원숙 카페에 들렸다는 것, 교회 120문도 8조 조원들의 지리산 여행, 지난 해 가을 대한해부학회, 그리고 관람한 영화 몇 개, 등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 기간 중에 있었던 일 중에 스케쥴표에 기록된 것들 중 기억나는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억들 중 사라진 것들이 있지만 남아 있는 것들도 많다는 것이다.
감사한 일은 기억이 사라진 부분들에 대하여 내가 인식을 하고 있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기억에 대한 면밀한 검사가 필요한 듯 하다.
먼저 검사 잘 해 보시구요.
마음 편히 하시고 운동 꼭 하십시오.
그리고 조금은, 아니 많이 많이 ‘매사에 무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사람이 바뀌었나?’할 정도가 되어야 한답니다.
그래도 남들 눈에는 잘 하는 것으로 비칠 것 입니다.
주말 잘 지내세요.
>> 케이프타운에서
어제 오후엔 산책을 했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한번 다녀온 곳인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기억이 안나기도 할 뿐 아니라 그곳을 다녀온 것 자체도 기억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제 찍어둔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야겠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