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로 진입하던 해 1월 말에, 본과1학년(2학년으로 올라갈) 선배들이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골학(osteology)”을 가르쳤다. 강의의 기본은 Gray’s Anatomy(29th American Edition)였다. 의예과 2년간 신나게 놀던(?) 나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한 시간들이었다(골학OT에 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다시한번 쓰기로 한다).
아무튼 골학OT 이후 난 도서관에 다녔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의예과 2년동안 난 공부를 하러 한번도 도서관을 간 적이 없었다(그냥 놀러 간 적은 있지만). 약 2주간 도서관에서 교과서가 될 두껍고 무거운 Gray’s Anatomy와 노트, 그리고 골학OT에 공부했던 복사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권의 노트가 만들어졌다. 난 지금도 이 노트를 간직하고 있다(이 노트 이야기도 추후에 적을 예정이다).
몇 주후에 본과에 올라가자마자 해부학교과서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계통해부학인 Gray’s Anatomy가 아닌 국소해부학인 Gardner의 Anatomy(4th Ed.)가 채택되었다. (계통해부학이란 몸의 구조를 계통으로 나누어 배우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골격계통, 소화계통, 신경계통, 심혈관계통, 호흡계통,,,,,등등. 국소해부학이란 머리, 목, 가슴, 배, 등, 팔다리로 나누어 배우는 해부학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도 교수님들도 모두 새로운 국소해부학의 교육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국소해부학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이전의 노트들을 짜맞추기식으로 노트를 만들어서 공부를 해야 했다.
어제 썼던 발생학 강의 관련글에 대한 페이스북에서 대학동기들의 댓글을 보고 불현듯 내가 공부했던 해부학 교과서가 생각이 나서 책장에 꽂혀 있던 오래된 해부학책을 꺼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아래 책은 Grays’s Anatomy이다. 속표지에 “전대의대 김형태”라고 적혀있다. 만년필로 쓴 것이다.
반듯한 글씨체
교수님의 모습이 아닐까요?
>> 케이프타운에서
ㅋㅋㅋ 저도 반듯하게 살고 싶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