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 원광대에서 해부학 강의를 시작하였다. 계통별 블록강의 형태인 원광대에서 내가 맡은 부분 소화계통과 내분비계통이다. 작년에 강의를 하였지만 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시간들이기 때문에 주차부터 강의실까지 모든 상황들이 새롭다. 무려 한시간 일찍 도착해서(도착했지만 병원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지연) 겨우 주차를 하고나서 강의실로 갔다. 미리 전날 과대표에게 강의실을 물어본터라 어렵지않게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의실 문은 잠겨있고, 학생 한 명이 왔다갔다 한다. 본과 2학년들은 502강의실에서 강의를 시작하려고 한다(본과생들은 8시반에 강의를 시작한다). 2층 해부학교실에 내려가 보니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매점에 들러 광동 옥수수 수염차 하나를 사가지고 올라오는데 일찍 왔던 그 학생이 어디선가 열쇠를 받아가지고 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 전자교탁에서 우선 프로젝터와 연결할 케이블을 찾았는데, 다행히 15핀 컨넥터를 위한 스위처(교탁의 컴과 노트북을 선택할 수 있는)가 있어서 노트북을 연결했다.
음향시설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꼽혀 있던 마이크를 뽑아내고 내가 들고 다니는 헤드셋을 세팅했다. 20여분의 시간이 남았다. 몇몇 학생들이 왔는데, 작년에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 아직도 초딩(?)의 모습이다. 본과생이라기 보다는 의예과생 티가 팍팍 나는 그런 학생들이다. 그들에겐 아직 의학을 배울 그런 절박함이 없다(있다고 해도 좀 우스울 수 있지만). 학교도 선배들도 그들에게 드라이브를 걸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1학기에 총론을 배웠다는 소리에 부담감을 줄이고 시작한 강의는 계속해서 벽에 부딪힌다. 해부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은 소화계통의 해부학과 조직학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작년에는 어떻게 강의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비슷하지 않았을까? 수업이 끝난 후 해부학교실에 들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년에 12명이 유급을 했다고 한다. 80명 정원에 12명의 유급자 숫자는 너무 많다.
아무튼 소화계통과 내분비계통을 학생들이 잘 학습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아래사진은 쉬는 시간에 사진을 찍어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꺼번에 모아보았다.
분위가 자유스럽네요.
갇히지 않은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덕분이겠죠.
쉬는 시간에도 혼자 계시지 않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실 것 같은데요.
저는 그런 선생님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와 좋았습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그것도 대학…그것 중에서도 의과대학은..
상당히 권위적이라는 선입관이 강합니다.
요즈음 교수들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아직도 옛날의 과오에 의한 선입관이 좀 강한 편이죠. ㅋㅋ
그걸 깨뜨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쉬는 시간에 쉴 틈을 주지 않고 질문하러 앞으로 나오는 학생들이…
이뻐 죽습니다. ㅋ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나요 교수님. 교수님 수업이 그 당시의 유일무이한 활력소였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1년만에 또 뵙게되어서 너무 반가웠어요.
교수님 기억이 빨리 많~~이 되찾아지시길 진심으로 빌어요. 많이 놀랐어요.ㅠㅠ 교수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경림! 댓글도 고맙고.. 카톡도 고마워.
하마터면 영원히 기억 못할 뻔했어.
사실 강의실도 생각이 나지 않고… 강의시설도 전혀 기억이 없어서…
월요일 아침 일찍 갔었어. ㅋㅋ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 듯해. ㅋㅋ 얼굴 생각나는 것 보면…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열심히 공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