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여자

By | 2012년 6월 30일

아내라는 단어는 왠지 “잔소리하는 사람”의 의미로 보일 때가 많다. 마치 여자들은 언젠가 부터 잔소리꾼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그 잔소리의 대상은 결국 남편과 아이들이다.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잔소리의 사전적 의미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잔소리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비슷한 말] 쇄언(瑣言).
2 .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비슷한 말] 쇄언.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잔소리의 시작은 자신의 잣대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서로 잣대가 다른 남편이나 아내는 그 소리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말 그대로 “듣기 싫은 잔소리”로 되어 버린다.

더 비극적인 일은 이런 잔소리 때문에 진짜 필요한 말까지도 건성으로 듣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아내나 엄마의 말을 남편이나 아이들은 데충 듣고 흘려버리는 것이다. 아내와 엄마 입장에서는 분명히 중요하기 때문에 전달해야 하는 “진심어린 충고”인데 남편과 아이들은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로 허공에 메아리치고 마는 것이다.

내 아내에게는 잔소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부부에겐 소통은 있다. 부부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단한번도… 잔소리를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물론 부부가 서로 고쳐가면서 살아야 할 삶의 방식들은 많다.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남편으로서 많이 변하여왔다. 그런데도 아내가 잔소리를 한 적은 없다.

아내의 생각은 이렇다. 예를 들어 늘 거실을 깨끗하게 해놓는다. 남편과 아이들이 여러가지 잡동사니로 거실을 어지럽게 만들곤 한다. 대개의 여자들은 잔소리를 해댈 것이다. “아니 맨날맨날 청소해도 이렇게 어지럽히면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당신이 한번 청소한번 해 준 적있어요?”라고. 그런데 아내는 한번도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이 없다. 묵묵히 치운다. 그리고 긴 시간을 기다린다. 어찌 보는 눈이 없고, 말하고 싶은 입이 없겠는가?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깨끗한 환경을 계속 만들어 놓으면 그 환경이 좋기 때문에 언젠가는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게 된다”라고. 오늘 아침에 그런 말을 꺼낸다. 아들들이 사는 원룸에 가면 ‘아, 이게 남자들이 사는 방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한번도 그런 모습에 잔소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묵묵히 청소를 해주고 온다. 언젠가는 엄마가 치워놓은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갈 날이 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내는 잔소리가 없다. 젊어서도 그랬고 중년이 된 지금도 그렇다.

잔소리 없이 잘 살아오고 있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과의 대화를 준비중에 “잔소리”라는 소통의 부재의 이유를 생각하면서 “잔소리없는 여자”인 아내를 떠 올리게 되어 적어 보는 것이다.

6 thoughts on “잔소리 없는 여자

  1. 모네81

    행복한 가정은 미리 경험하는 천국이라죠 …
    행복한 선생님의 가정은 아내분의 역할이 정말 지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여러모로 반성하게 됩니다.

    Reply
  2. 모네81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화가 모네와 저는 성별이 다르구요, 하지만 모네의 그림을 사랑하고 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Reply
      1. 소연맘

        저에게 필요한 지침서였군요~
        묵묵히 치우다가도 한번씩 폭발하곤 했었는데
        그래서 소통의 부재가왔나요? ^^
        아이에게 자기가 할수있는건 하게하려던것인데
        그게 잔소리가 되었군요~
        저도 언젠가 스스로 치울날이 오는 그날까지 오늘 부터 함구해야겠습니다 정작 중요한일에 소통의 부재가 오는걸 막기위해서~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폭팔”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서…
          “상처”라는 단어가 떠 올랐습니다.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그동안 쌓여온 갈등이 만들어낸 “상처”가 아닐까? 합니다.
          잔소리도 그런 상황에서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구요.
          그러다가 그게 쌓이면 폭팔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양말이나 옷을 대충 벗어놓은 습관이 있었는데…
          아내는 묵묵히 치워주었습니다.
          아들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바구니에 담기 시작한 셈입니다.

          참 어렵죠?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