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제사

By | 2012년 7월 16일

아버지의 제사가 한달이 남았습니다.

작년까지는 형님댁에서 제사를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형수님이 건강이 나빠져서 저희집에서 제사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거의 1년동안 ‘제사를 어떻게 지내야 할까?’를 고민해왔습니다.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냥 상차리고…제례의식을 하고…. 하는 전통적인 제사를 지낼 것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상차리고 절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그게 가장 쉽습니다.

고민 끝에 이제 좀 정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한 가족 모임”(가칭)으로 정해 보았습니다.

제사일(기일)에 가족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 돌아가시면서까지 자녀들에게 준 아버님의 선물입니다.
그냥 모여서 음식장만해서 상차리고… 끝내는 제사보다 좀 더 의미있는 날이 되길 바라기에
가족모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것입니다.

저녁에 모여서 식사를 나누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마다 참석하는 형제들이 준비해야 하는 숙제가 하나씩 있습니다.
조금전에 문자를 싹 돌렸습니다.

“아버지와의 가장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한가지씩 준비해 오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내년엔…
가장 아쉬운 기억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마음아픈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주제들을 생각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통해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보여주셨던 그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형제들끼리 조금은 어색해질 수도 있지만 (무슨 교회 여름 수련회도 아니고)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자녀들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상차리고 절하는… 제례의식이 의마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효도하지 못한 자녀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도 있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오셔서 음식을 드시는 것도 아니고…
단지 돌아가신 날을 기억하고…
가족들이 모여서…
형제인 것을 확인하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나누는 그런 날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내 안에 남겨진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때 마다…
아버지를 늘 생각합니다.

오늘은 더욱 그런 마음 간절해집니다.

 

One thought on “아버지의 제사

  1. 박문기

    장로님, 정말 전적으로 동감가는 글입니다.
    제사문제로 인해서, 늘 분쟁을 겪는 성도들에게 나누고픈 글이네요.
    문제는, 유교적인 형식과 절차, 타인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자유할 수 있는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조상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인양 치부되는 유교적인 정죄의 문제가 여전히 우리 한국사람 대부분의 마음에 남아있는 것도 적잖은 걸림돌이죠.
    제 개인적으론 정말 의미있는 ‘의식의 전환’이자, ‘바랍직한 지양점’이라 여겨집니다만…ㅋ
    역시, 장로님다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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