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1)

By | 2012년 7월 16일

얼마전 글을 써달라는 원고청탁을 받았다. 장르는 “자유”라고 쓰여 있었다.

뭐징?
그 의문이 얼마전 풀렸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권사님께서 교회 문집을 펼 계획이 있고
원고가 쌓이면서 이제 구체적으로 편집작업을 하려고 하고 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실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많이 쓰는 저이지만
실제로 “보존용 기록”에 가까운 글들만 쓰는 저라서 많이 망설여졌다.
다큐 제작자에게 드라마를 만들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때 그때의 상황을 적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잊혀질 두려움”에서 적어두는 이유도 있다.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기억은 점점 쇠퇴한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사실조차도 희미해지고, 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따라서 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저의 개인 홈페이지의 운영목적도 비슷하다.
물론 들어와서 읽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의식하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사실에 근거하여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쓰고 그것을 남기다 보니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첫째로, 내 자신을 보게 만든다. 우리 인생에서 내인력(insight)은 매우 중요하다.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정신과학을 배우면서 처음 접한 insight는 지금도 저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그런데 글을 남기다 보면 내 스스로 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둘째로, 복잡한 인생살이에서 내 속에 있는 감정들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때론 분노에 차 있을 때에도 차분하게 앉아서 글로 그런 사실과 마음들을 적다가 보면 어느 덧 차분해진 저의 감정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의 여유를 다시 되찾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세째로, 당시의 상황들을 잘 정리하는 것은 “현재”를 적는 것이지만, 곧 “과거”의 기록이 된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 결국 글을 통해 저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우연히 만나는 미래가 아니라 좀 더 구체화된 미래를 글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것이다.

네째로, 글을 쓰는 일은 일종의 즐거움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말과 글은 분명히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표출해 내는 것이지만, 상당한 차이를 느낀다. 말만으로는 그저 역사의 흐름속에서 사라지겠지만, 글로 써놓은 것은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다만,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얻는 선물들이 더욱 값지기 위해선 글은 항상 정직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직이란 글을 쓰는 본인과 글을 읽는 독자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는 동물이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꼭 사실과 정직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 저도 늘 글을 쓰면서 그런 점에 유념하고 있다. 혹시 누군가 읽을까 봐서 쓰지 못하거나 왜곡해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저의 경우는 글을 쓰되 개방하지는 않는다. 제 홈페이지는 그런 글들이 많다. 오직 저만 읽을 수 있는 글들이다.

즉, 글을 쓰면서 사실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쓰면서 자기과시나 허세는 금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늘 사실에 입각하여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다.

여러분도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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