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 교회게시판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보고 한번 가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는데 시간이 맞질 않아서 계속 가보질 못했다. 오늘은 아내를 픽업해야 하기 때문에(자동차 수리가 덜 끝났기 때문에) 학원으로 픽업하러 갔다가 곧바로 한옥마을로 향했다.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교통주차장(한옥마을 안에 있는)에 주차*를 하고 600여미터를 걸어 완판본문화관으로 갔다.
마당에서 티켓팅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그마한 공간에 벽면을 중심으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물론 각 유물들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직원의 양해를 구해 전체 공간을 사진을 찍었다. 그냥 훓고 지나가면 15분이면 충분한 관람이지만, 각 유물들을 살피고 설명서를 읽으면 1시간정도는 필요하다. 보통 읽는다고 해도 30여분은 걸릴 것이다. 입구의 왼쪽으로는 인쇄된 종이나 책자를 전시하였고, 오른쪽으로는 인쇄기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쇄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그 기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최소한 예전에 등사기기라도 사용해 보았거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유물을 보는 내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첫째로, 책에는 이런 역사가 있었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손으로 필사본을 만들고, 표지를 만들어 보관하던 시절부터 목판과 동판의 인쇄기술까지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둘째로, 현대인들은 참으로 편리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책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책의 소중함을 안다고 할지라도 책이 주는 수많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다.
세째로, 80년대 후반 내가 조교를 하던 시절에 전남대학교 출판부에서는 “전남의대잡지”를 발간하고 있었는데, 당시에 그 잡지는 활자을 일일히 끼워맞추어서 인쇄판을 만든 후에 인쇄를 하였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기억들이 되살아 났다. 잡지의 초고가 완성되었는데, 논문교정이 심하게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판을 다시 짜다시피 작업하는 것을 보곤했다. 당시 조교였던 나는 논문 수정본을 가지고 마감시간에 쫒겨 논문을 가져가곤 했는데, 그 때 그곳에서 일하시던 분이 일일히 핀셋으로 활자를 끼워서 넣으면서 작업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네째로, 이런 전시회는 정말 보기 드문 전시회인데 관람객들이 별로 없다는 것에 놀랐다. 방학이어서 관람료도 성인의 경우 3,000원의 할인권(원래 성인 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공간이 작아서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텐데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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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주차(티켓 뒷면에 명시) : 국립무형유산원, 전주자연생태박물관, 한옥마을 무료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