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온라인 사이트를 보고 나서

이 글을 쓰는 곳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공간이다. 실명이냐? 익명이냐?의 싸움에서 현재로선 익명이 승리를 거두었다. 글을 올리고 토론하는 사이트들 중 대부분은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익명… 그리고 온라인… 이라는 점 때문에 그렇게 변질되어가고 있다. 두달전 어떤 교수가 질문을 해 오는 바람에 알게된 어느 사이트를 그동안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쓰레기장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 “거긴 쓰레기장이야! 그냥 버려!”라고 하기엔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그 곳은 주로 기혼자나 미혼자가 글을 쓰는 곳이며 카테고리가 여러개로 나뉘어져있다. 내가 들어가 본 곳은 주로 세군데인데, 부부문제, 결혼문제, 그리고 며느리와 시댁의 문제 게시판이었다. 이제 그곳에 가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동안 그곳을 지켜보면서 가볼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이야기를 적는 것은 몇가지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기 위함이다.

첫째로, 부부문제 게시판의 경우이다.

이 게시판은 주로 바람난 남편의 외도에 대한 글이 주로 올라온다. 이렇게도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문제인데, 문제는 그 글들이 답답해서 올리긴 했지만 실제로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혼하라!”고 외쳐댄다. 물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있는 사람들에게 때론 돌파구를 줄 수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판단과 책임은 자신의 몫이기 때문에 과연 이 게시판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더욱이 이 게시판에 다는 댓글 중에는 정말 자신의 분플이를 쏟아내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거기에 상주하며 노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전혀 글과는 상관없이 시비거는 댓글들도 많다. 댓글에 또 댓글을 달아서 싸움판을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댓글은 많지 않다. 물론 댓글로 동정의 마음을 표현하고 공감해주는 것 만으로도 글쓴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분명하게 한계가 있다.

또한 부부들의 경제관도 많이 달라졌다. 돈을 따로따로 버니 통장관리도 따로 하고, 돈관리도 따로 한다. 생활비는 분담한다. 그런 것을 더 부추기는 글도 많다. 혹시 이혼할 것을 대비하라는 말까지도 한다. 결혼이 계약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맞벌이를 하니 집안일도 반반씩 나누어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집안일이라는 것이 여자들에게 더 적합하도록 되어있다. 긴 역사의 흐름속에서 그렇게 된 듯 하다. 요즈음 남자들은 살림에 많이 관여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가 있다.

이렇게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해 잘못 착각하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이 글을 읽으며 “근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 단언하건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내 아내에게 물어보라”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글로 표현이 좀 어렵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부가 남편과 아내로서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있고 그것이 실제로 균형을 이룰 때 그 부부는 성공적인 가정을 이끌 수 있다.

나는 한국의 아내들이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도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사 뿐이랴. 자녀교육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내 자신도 이런 오류를 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였고 지금은 좋은 남편이 되어가고 있다. 이 부분은 아내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고 보면 된다. 완벽한 남편이라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만 남편으로서 가정에서의 지.정.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춘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 글을 쓴 목적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 게시판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옆으로 세고 말았다.)

 

둘째로, 며느리들이 나누는 공간이다.

이 게시판에서 며느리편을 들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곳이다. 좀 객관적 시각에서 답변을 달면 벌떼처럼 달려든다. 너는 친정(또는 처가댁)이 없냐? 넌 마누라가 하녀냐? 니는 가부장적 사고를 가졌냐? 등 정말 벌떼처럼 달려든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만큼 한국의 며느리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니 처음부터 시댁에 대한 편견과 부담을 갖고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믿고 의지하는 신랑은 그저 효자이고 남의 편이다.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자신들이 문제를 온라인에서 투사(projection)하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다고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들 본질을 외면하는 모습도 안타깝다. 본질은 따로 있는데 온라인에서 분풀이성 글쓰기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알고 있다. 시대가 급격히 변하였고 가치관도 변하였다. 다만, 철학이 그걸 따라가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의 시어머니 세대와 며느리 세대간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심하다. 그 와중에 가족의 구성도 변하였다. 그런데 아직도 시댁에서 주는 무거운 짐들은 며느리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상에서 시댁만 욕한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남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말이다. 문제는 그 남편들이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갈등을 증폭시킨다.(여기에 할말이 많지만 줄인다.)

그 게시판은 늘 싸움판 같다. 댓글들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표현상의 문제들이 많다. 싸움닭같은 느낌을 준다. 달려들고 헐뜯고 할퀸다. 시댁식구들은 다 죽일 놈들이고 며느리들은 하녀같이 고생만 한다고 표현한다. ‘과연 이사람들 결혼한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혼을 한 성인들이 이렇게 생각없이(아니 대책없이) 결혼을 했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게시판이 사람들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세째로 결혼관련 게시판이다.

아~~~ 이 게시판을 볼 때 마다 한숨이 쉬어진다. 도대체 저렇게 철없는 것들이 뭘 결혼하겠다고 저러는 것일까? 물론 나 자신도 철없던 시절에 결혼을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고 예단문제이다. 여자는 시댁에서 이런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남자는 예단은 이정도는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던지 공평(?)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어찌 공평할 수 있겠는가? 공평은 개뿔…

이러니 결혼자체가 상처를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이다. 왜 부모로 부터 독립하지 못하는가? 왜 부모가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하는가? 지금 그렇게 자식들 돈 다 대주는 부모들세대는 과연 부모로 부터 그렇게 모든 것을 지원받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못했고 힘들게 시작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해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세대들은 가만이 놔두어도 부모들세대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시작한다. 부모로서 도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지금 결혼을 해야 하는 자녀들을 나약한 인간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 게시판에 본 많은 미혼자들이 결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더 신중하게 결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는 듯 하다. 결혼이 환상의 미래는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시작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무덤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사이트는 이제 가지 않지만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아니 다시 새로운 세상을 본 셈이다.

안타까움이 가득찬 곳이다.

아니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단순하고 사나운 댓글은 추천을 받지만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손해볼 것 같은 (양보를 요구하는) 댓글은 절대로 추천받는 경우가 적다. 올라온 글 중에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댓글도 적고 반응도 적다. ‘니들 잘 사는 이야기를 왜 올렸니?’하는 반응이다. 그리고 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내용들이 올라오면 벌떼처럼 달려든다. 글을 보면 ‘이 글 댓글 좀 붙겠는데….’라고 생각되는 글들이 있다. 일명 “떡밥”에 벌떼처럼 달려든다. 그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부부간에.. 연인간에…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때론 힘들일도 있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들을 겪어가며 사람이 커가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렇게 변화하며 발전해 가는 모습이 우리의 삶이 아니겠는가?

부부가 힘을 합쳐서 살아도 힘든 세상인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게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하는데…
자식을 내팽개치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도… 자신의 자식은 돌보는데 말이다.

나 자신을 돌아다 본다.

수많은 실수투성이의 인생이었지만

그나마 잘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