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의 패턴은 진화중이다.
아니다. 여러 분야의 교육에서 교육의 새로운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삶의 패턴이 번하는 것 처럼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교육현장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의학교육은 강의식 수업 방식을 벗어나 여러 형태의 수업방식이 들어오고 있다. 물론 학문의 특성상 술기를 중심으로 하는 임상실습은 의학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여러 교육의 형태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교과목의 설정이다. 요즈음 의학교육에서 교과목은 병원의 과별 중심의 교과목이 아니라 통합강의 형태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등 이런 과목대신에 순환기학, 소화기학, 신장학, 호흡기학, 신경학, 등의 과목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심장병을 내과를 비롯하여 소아과(지금은 소아청소년과로 바뀜), 흉부외과에서 배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모두 통합되어 “순환기학”에서 배우게 된다.
물론 병원실습은 당연히 내과나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기존의 과중심의 실습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통합강의의 형태는 환자를 접하는 의료라는 특수한 상황을 접해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픈 환자”가 병원에 왔다고 하자. 이 환자의 주요 호소는 “배가 아프다”이다. 즉, “내가 내과환자입니다.”라던가, “내가 외과환자입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오는 환자는 내과환자일 수도 있고, 외과환자일 수도 있고, 산부인과환자일 수도 있다. 더나아가 정신과환자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장기중심의 의학을 배우는 통합강의의 형태는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는 목적도 있었다. 즉, 위장관의 질병에 대하여 내과와 외과에서 중복하여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이런 중복의 시간을 줄임으로서 수업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방식에서 “반복은 나쁜 학습”이라는 잘못된 생각들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한번 배운다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번 배움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의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물론 나중에 스스로 학습하거나 다른 기회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따라서 요즈음 의학교육을 고민하는 많은 교수들사이에선 “의도된 반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의도된 반복이란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이니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학습시키자는 뜻이다. 나처럼 기초의학인 해부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는 이러한 의도된 반복은 학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특히 통합강의형태로 바뀌면서 많은 임상의 교수님들은 자신의 강의시간이 줄었다는 압박감을 받는다(실제 절대시간은 줄어 들었다. 그러나 모든 과목의 공통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반복해야 할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서 다시 반복해서 학습시키지 못한다. 물론 학생들도 각 장기별 수업을 받기전에 그 장기에 대한 해부학적 및 생리학적 지식을 점검하고 수업을 받아야 하지만 늘 시험에 쫒기는 학생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의학의 학습에 있어서 “의도된 반복”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것을 반복하여 학습하는 것은 술기지식만큼이나 중요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