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정의학전문의로 개원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지난 주에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아들이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축하의 말을 전하며, “다음 주에 아들을 내게 한번 보내 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아들이 내 연구실에 찾아 왔다.
내 친구는 아들에게 의대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나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누가 오더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현재 편집 중인 “의사의 미래, 의예과에 달려있다”에 쓰는 내용 중 일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늙은(?) 교수의 잔소리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힌트 하나를 얻어갈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몫이다. 내가 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없고, 강요할 수도 없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의예과 2년의 시간을 낭비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살다보니 스스로 생각하며 사는 시간들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누군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가치있는 2년의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소망이 내게 있기에 그와 2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연구실에서, 그리고 의대 뒷산을 걸으며, 또 소리문화의 전당에 있는 카페에서 수제버거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