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이 거의 되어간다. 다단계가 한참 유행이던 시절에 내게 돈을 빌려간 사람이 있었다. 다단계를 해서 돈을 번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급히 전주를 떠나 다른 고장으로 가서 살고 있다. 그가 떠나면서 “꼭 갚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따라서 그는 “돈을 빌려간 사람”으로 남아있다. 돈을 떼먹은 사람은 아니다. 내게는 그렇게 ‘돈을 빌려간 사람’으로 남아 있다.
그를 페이스북에서 검색해 보았다. 자신의 사진 한 장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사진이 전부이다. 그의 막네 아들도 검색이 된다. 부자간 친구로 등록되어 있으니 굳이 찾지 않고 들어가 볼 수 있다. 작년에 군대에 간 듯 하다. 밝게 자란 듯 하여 안심이 된다. 그 아들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그가 그렇게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서 사는 모습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듯 하다. 그것이 안타까워서 이 아침에 이렇게 글을 남겨두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신앙생활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가 남긴 말대로 “언젠가는 갚는다”고 하니, 그저 돈을 빌려간 사람이지 돈을 뗀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너무 오래 되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고 할지라도(그럼에도 현재도 빌려간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하나님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면 인간과의 관계도 자동으로 바로 서게 되겠지만 말이다.
이 아침에 나의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돈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물론 지금도 큰 돈이긴 하다). 내게 커보이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고,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