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처럼 넓은 땅을 갖고 있는 대학병원이 전국에 그리 많지 않다. 건물을 위로 올리지 않고, 계속 옆으로 넓혀가는 병원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많은 주차장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늘 만원이다. 옆에 있는 의과대학 주차장까지 내원객의 차량들이 점거하고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병원측에서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다.
물론 병원에 들어오는 차량들은 대부분 마음이 바쁘다. 환자를 실어야 하고, 보호자 역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이 환자이고, 시간에 쫓기고,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병원에서 보여주는 운전과 주차의 모습은 어떤 변명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모습이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서로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을 위해 항상 비워두어야 한다.
1호관 앞 교수전용 주차장(각 주차 공간마다 어마어마한 글씨로 “교수전용”이라고 크게 쓰여진)에도 한치의 머뭇거림이 없이 차를 세운다. 그만큼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꼭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잘못된 주차문화가 불편함과 불쾌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로 간략히 정리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정리해 본다.
- 병원에서 주차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들어오는 입구(세 곳)에 전체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무조건 본관 앞으로 차량을 몰고 올 것이다.
-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증이 붙어 있는 차량이 세우는 곳이 아니라, 장애인을 태운 차량이 주차를 하는 곳이다. 장애인이 타지 않은 차량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장애인증이 없는 장애인(수술 등으로 인해 제대로 거동이 힘든 환자와 같은)은 멀리 차를 세워야 한다.
- 택시들의 무질저한 정차 또한 큰 문제이다. 환자를 본관 앞에서 내려주느라 잠시 정차된 차량들이 조금이라도 밀려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정차하고 손님을 태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방통행을 역주행해서 나가버린다.
- 주말같은 경우는 주차관리요원이 없다는 이유로 본관 앞 도로에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를 한다. 주말에는 정말 빈 주차장이 대부분인데도 도로 한 차선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 주차도 문제이지만, 병원내 도로에서의 운전하는 것도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병원내 주차장이나 도로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많이 걷는다. 그러니 차량이 양보하고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차량 중심의 운전문화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법천지의 동네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다.
- 다른 차량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그것이 병원 내 주차장이어서가 아니고, 밖에서 그렇게 운전하다가 병원 내로 들어왔으니 그 모습이 어딜 가지 않는다. 서로 환자이거나 환자 보호자일텐데 그런 배려는 찾아 보기 힘들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 주차나 차량에 대해 관리하는 직원들도 소극적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봤자 싸움만 만들어낸다. 일부 환자보호자들은 자신의 짜증을 풀 대상자를 찾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행동을 보인다. 당연히 직원들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는 비단 병원 주차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아파트에서도, 음식점에서도, 도로에서도, 한옥마을 내에서도 일어나는 우리사회의 모습일 뿐이다. 즉, 운전자들의 의식 속에 이미 뿌리내린 운전과 주차의 모습이다. 결국 이런 모습은 우리사회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해버린 것이다. 후진국형 운전문화와 주차문화인 셈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병원에 오기 전에 병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주차공간을 한번이라도 확인하고 오는 습관이 그나마 주차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 아내를 응급센터 쪽에 내려주기 때문에 병원내 주차장을 자주 간다.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주차공간에 집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따라서 서로 교차하는 경우에 절대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