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에게는 여섯명의 언니들이 있다. 즉, 내게는 여섯명의 처형들과 손윗 동서들이 있는 셈이다. 요즈음 아내 간병을 위해 셋째 처형이 두번째 다녀갔다. 와서 며칠씩 머물면서 여러가지 일을 도와주고 있다. 어제 물리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길에도 동행을 했는데, 처형들의 연애사(戀愛史)를 들려준다.
더 기억이 가물거리기 전에 적어두려고 한다.
첫째 처형은 광주에서 교대 양성소 다닐 때에 하숙을 했다고 한다. 그 때 하숙집 주인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의 지인(후배였던 것으로 기억함)이 그 하숙집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하숙하는 그 여학생을 보고 맘에 들어서 자꾸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자꾸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심히 보니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더란다. 그래서 자신이 프로포즈를 하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처형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구례로 전학을 오게 되어 구례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에 얼굴이 뽀얗게 하얗고 매우 예뻤다고 한다. 그 학교에 깡패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처형에게 관심을 보였다. 마침 5촌 오빠가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 5촌 오빠를 자꾸 압박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5촌 오빠는 그 학교에서 가장 모범생이었던 학생 한 명과 이미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깡패는 그 모범생을 데려다가 엄청 두들겨 팼다.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은 그 모범생은 왜 자신이 맞게 되었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대체 누군데 이렇게 나를 맞게 만들었냐며 그 여학생을 찾아가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인연으로 두사람은 사귀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세째 처형(요즈음 우리 집에 와서 많은 것을 도와주고 있는)은 광주에 다녀오면서 시외버스를 타고 구례집에 오던 중, 차안에서 심하게 멀미를 하게 되었다. 지금의 버스도 멀미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시에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시외버스가 오죽 했을까? 아무튼 그날 멀미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버스에 가방을 두고 그만 내리고 말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가방이 없더란다. 그래서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으나 이미 버스는 곡성을 향해 떠나 버린 뒤였다.
그런데 당시에 버스에 타고 곡성까지 가던 어떤 남자가 선반 위에 있는 가방을 발견하고 가지고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가방안에 소지품을 통해서 학교과 이름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동생에게 가방을 돌려 주라고 했다. 그 동생이 형을 대신해서 가방을 돌려주게 되었는데, 그 가방을 취득했던 이야기를 붓글씨로 장문의 편지로 써서 가방과 함께 주었다. 그리고 처형은 그 남자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편지를 계속 주고 받게 되었다. 그렇게 인연이 맺어져서 결혼을 일찍 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에 가는 것까지 포기하면서 까지 말이다. 지금도 당시의 편지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 형님은 간암으로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넷째 처형의 이야기는 다섯째 처형의 이야기가 먼저 나와야 한다.
다섯째 처형은 교대를 나와서(당시에는 2년제였다.) 교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장인네는 구례를 떠나 광주로 이사를 와서 하숙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 다섯째 형님이 하숙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섯째 처형과 초등학교 동창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는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섯째 형님은 사귀고 있던 다섯째 처형의 언니를 수의과대학을 다니고 있던 고등학교 선배에게 소개를 시켜 준 것이다. 그렇게 넷째 처형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여섯째 처형은 광주에서 꽤나 유명한 양장점에 직원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에 있는 재단사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만남과 결혼이 그리 드라마틱 하지는 않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형(妻兄)과 제부(弟夫)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본 것이다. 들을 때는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막상 글로 적으려니 글의 내용이 믿믿하다. 글재주가 없나 보다.
@ 이야기는 운전 도중에 들은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적은 것이라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