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있는 날 아침, 강의실 위치와 외부 노트북 연결 등에 물어볼 겸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통역관이 언제 오는지 물었다. 왜냐하면 통역관을 붙여준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주에는 통역관이 없단다. 순간, ‘아니, 그러면 미리 이야기를 좀 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화를 내봤자 달라질 것은 없는 상황이라 그냥 전화를 끊었다.
오전에 아내의 물리치료를 하는 동안에 keynotes를 수정했다. 한자를 더 많이 넣었고, 영어로 강의를 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슬라이드 몇 장을 더 넣었다. 아내를 집에 데려다 주고,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와서 맥북을 보니 방전 상태이다. 지난번 영재방 부모들 특강 때 방전이 되었었나 보다. 아무튼 3%를 충전한 상태로 강의실로 가져갔다. 다행히 전원은 연결이 되었으나, 프로젝터와 연동이 잘 되지 않아서 전자교탁 앞면을 뜯어서 직접 연결을 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 얼굴은 매우 밝다. 어제 도착했다고 하는데 피곤한 기색은 없다. 좀 더 적극적인 학생들이 앞좌석에 앉는다. 수업 전에 한글도 읽어보게 하고, 영어로 몇마디 대화를 하면서 학생들과의 소통문제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강의를 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하였다.
준비된 슬라이드를 넘기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나에 대한 소개, 가족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의학용어의 기본구조”에 대해 차례대로 이야기 나갔다. 이미 keynotes 자체가 스토리텔링식으로 꾸며 놓았으니 쉽게 쉽게 풀어갔다. 문제는 학생들의 영어 의학용어에 대한 문제였다. 해부학적 구조의 명칭도 아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그렇지만 어찌하랴! 수업을 40분간 끌고 나갔고 수업을 마쳤다. 중간 중간에 칠판에 필기를 하기도 했는데,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중간에 “生理學“이란 단어를 한자로 쓰니 많이 놀란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한자를 배웠다고 설명해 주었다. 중국말로 읽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 관심은 강의가 아니고, 혼자서 집에 있는 아내에 대한 걱정이었다. 서둘러 강의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조교가 들어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전에 강의하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가 사진을 잘못 찍었다고 타박(?)했더니만, 이번에는 물량공세(?)이다. 따라서 많은 사진을 전송받았다. 여기에 하나로 묶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