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을 선택했다는 것…

By | 2010년 2월 21일

해부학은 기초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의학의 입문에서 결코 뺄 수 없는 학문인 해부학…. 그 해부학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본과 1학년때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학년이 올라가도 변하지 않았고, 결국 해부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었으니까요.

요즈음은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해부학 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의학과목을 하려는 의학도는 거의 없습니다. 의전원이 생길 무렵에 기초의학 전공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반대하는 교수들을 독려(?)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즈음 기초의학은 위기입니다. 의학에서 기초의학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초과학들은 이제 푸대접 받는 비극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그런 느낌마져 주고 있습니다. 3D직종의 하나이어서 일까요? 제가 봐서는 결코 3D는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이겠지요.

그러나 제가 보는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경제적인 이유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같은 의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초의학에 대한 시각차이입니다. 전체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용주의적 사고일까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비극은 아닐런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균형(balance)이란 용어를 매우 좋아합니다. 의학에서의 균형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교육에서는. 그런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요즈음 기초의학을 전공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 균형을 잃어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름대로 노력은 하겠지만 그냥 지켜보려고 합니다. 이미 우리사회가 균형을 잃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기 때문에, 언젠가 땅을 치며 후회할 시기가 와서야 다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기초과학의 발전없이 국가발전의 미래가 없듯이 의학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몇자 적어 봅니다.

그런데 요즈음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절망감 섞인 탄식소리가 들립니다. 의학의 불균형에 대한 탄식이며, 자신의 위치와 선택에 대한 후회의 소리로 들립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사람들은 없겠지만 이제는 좀 더 담담한 마음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역사는 반복과 굴곡의 시간들이라고 봅니다. 기초의학자들 개개인의 영화를 위한 부흥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 기초의학은 다시금 부흥을 맞아야 할 것입니다. 몇십년 후에던지… 몇백년 후던지 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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