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전에 두시간을 강의하고나서 오후에 조직학실습을 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다음날 아침 두시간의 강의는 어떻게 강의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몸 컨디션은 최악의 상태였다. 오랜만에 하는 강의이기도 했고, 무엇보다고오후 4시간동안의 실습 때문에 체력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교수로서 나의 조직학실습에 대한 기대는 간단하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웠던 내용을 실제 조직슬라이드에서 확인하는 과정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는 사실이다. 조직학실습이 흥미로워질 수 있는 조건들이 필요한데 그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학실습을 하기 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보면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 실습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많은 학생들은 조직학실습에 관심이 없다. 그저 해야 하는 과정으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직샘플을 열심히 보면서 세포의 구성을 학습한다기 보다는 조직학실습 시험준비에만 더 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현미경조작이 서투르다. 의예과가 자연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는 생물학과 생물학실습 시간을 통해서 현미경의 기본적인 조작이 훈련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조직학실습때 처음으로 현미경을 조작하니 서투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조작을 잘 하고 있긴 하지만, 실습이 후반부에 들어섰음에도 제대로 현미경을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조직에 대한 기본지식이 부족하다. 총론을 배우고 이미 시험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직학에 대한 기본지식을 각론과 실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생각이다. 주어진 것에 대한 학습은 잘 하지만 일부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할 것을 찾아서 하는 학습태도가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조직학실습을 하면서 많은 고민에 빠졌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실습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사실 조직학실습을 하는 학생들이 앞으로 의학을 배우면서, 또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이런 조직샘플을 현미경으로 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왜 어렵게 조직샘플을 직접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습을 해야 하느냐?에 대하여 지난 실습시간 내내 설명을 해야했다.
해부학과 해부학실습에서는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리 몸의 구성에 대하여 학습한다. 특히 해부실습을 통해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우리 몸의 구조에 “결합조직”이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를 채우고 있고, 그런 결합조직은 조직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각 기관이나 장기의 일부를 현미경샘플로 만들어서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서 그 기관이나 장기를 형성하고 있는 조직의 특성을 배우는 것이다. 단순히 어떤 세포나 조직이 어떻게 구성하고 형성하고 있는가?를 넘어, 그 기관이나 장기가 하는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세포수준에서의 조직을 이해하는 학문이 바로 조직학이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관찰해 보는 것이 조직학실습이다. 일부 조직의 샘플이지만, 그 샘플이 이해하려고 하는 기관이나 장기의 대표성을 갖기 때문에 조직샘플 안에서 구성과 성분등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조직학실습이다.
의대생들 중에서 앞으로 의사로 살아가면서 몇 %가 이렇게 현미경으로 조직을 들여다보겠는가?말이다.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직접 현미경으로 조직샘플을 보면서 실습을 하는 목적은 자신이 무슨과를 전공하던지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의 장기와 기관의 조직학적 특성을 아는 것이 기본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이를 총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 지식의 바탕이 되는 것이 해부학과 조직학이다. 특히 조직학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도 필수적인 기본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