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아마도 여러 환경안에 있을 것입니다. 졸업을 해야 하는 친구들에겐 학교를 다녔을테고, 직장에 다니던 친구들은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멀리 여행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일테고, 어떤 친구들은 그냥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여러 상황들이겠지만 한가지 공통된 것은 하나는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부학이 어렵다는데 어떡하지?’,
‘선배들이 해준다는 골학 OT로 다 될까?’,
‘작년에 먼저 들어간 친구 이야기는 사실일까?’,
‘그냥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등,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각 대학에서 입학예정자들에게 의학과 4년을 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매뉴얼(manual)을 배포하는 것입니다. 실은 이 매뉴얼만 있으면 되는데 이것이 없기 때문에 선배들이나 지인들을 통해 귀동냥을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각 학기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을 땐 어떤 기관을 가야 하는지? 어떤 부서에서는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 그대로 대학도 매뉴얼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자 적습니다. 우선 한달 반 정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저의 제안입니다. 입학전에 선배들이 해주는 (학생회나 동아리) 골학 OT 등 해부학에 대한 선행학습(?)을 하게 될 것이고, 학교에서 마련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것입니다. 각 대학에서 하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 좋은 정보들을 잘 듣고 알아놓으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외에 몇가지를 해 놓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첫째로, 각 대학에서 사용하는 해부학교재를 파악하고 구입하십시요. 책이 영문이던지 한글이던지 첫 장(chapter)은 서론(introduction)일 것입니다. 서론 부분에는 해부학 뿐만 아니라 의학에 필요한 기본적인 용어들이 나옵니다. 그 용어들은 어차피 선배들의 골학OT에서 배우겠지만 한번 먼저 서론 내용을 읽어 보시고 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그런 용어들을 학습하는 것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테스트할 있습니다. 또한 선배들이 가르쳐 줄 때 그 용어를 처음 들으면 선배들의 잘못된 발음에 익숙하게 되어 평생동안 고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사전을 찾아가며 배워 놓는 것이 큰 재산이 됩니다.
둘째로, 해부학 교재 전체를 훑어 보십시요. 각 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대충 어떤 형태로 배우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은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둔다면 여러 교수들이 동시에 강의하는 의대에서 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현재 어딜 배우는지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머릿속에 정리해 두지 않으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뭐든지 익숙해지면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처럼 해부학교재에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세째로, 문과출신의 입학예정자들은 생화학(Biochemistry)를 공부해 두어야 합니다. 문과와 이과 학생들의 성적차이는 생화학에서 뚜럿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부학은 워낙 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잘 할 수 밖에 없지만, 생화학의 경우는 학부 때 배웠는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입니다. 대학별로 사용용하는 교재가 다르기 때문에 꼭 확인해 보고 공부를 하라고 권합니다.
네째로, 동아리 가입을 서두르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전원으로의 전환이후에 예상밖의 일이 바로 동아리가 없어지지 않고 잘 유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가하게도. 동아리 선배들은 먼저 학생들을 뽑아가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대학의 경우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동아리 소개를 하게 하고,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있을 학생회 주관 골학 OT 때 선호하는 동아리를 선택하게 합니다. 따라서 오리엔테이션에서의 동아리 소개가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동이라 선배들로 부터 좋은 영향도 받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선배들이 주는 정보를 전부인양 생각하는 학생들에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로, 의학용어를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아직 기본적인 해부학용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학용어까지 선행학습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겁부터 먹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의학용어의 절반가량은 해부학용어들이긴 합니다. 저는 의예과 때 의학용어책을 사서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한글판이 없던 시절이라 용어를 다시 영어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었습니다. 요즈음은 한글판도 많이 나와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몇년전에 만든 의학용어 온라인 강좌가 무료로 배포 중인데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만(내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의전원 입학전에 꼭 선행학습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들어와서 모든 커리큘럼 안에서 학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선행학습을 시켜왔습니다. 물론 새롭게 배우는 학문인데다가 방대한 분량을 배우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해서 어느 정도 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서 학습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입학 전에 맛을 보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앞으로 공부 많이 할 것이 미리 놀고보자는 식의)은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 시간들입니다. 시간을 아껴서 써야 합니다. 의전원 합격이 자신의 미래를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학부에서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그것들이 모두 의학을 배우기 위한 기초적 지식을 충분히 쌓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한다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할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