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졸업생 중에 소아과를 비롯한 필수과를 지원하는 수련의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더우기, 해부학이나 생리학과 같은 기초의학은 어떨지 이미 짐작이 될 것입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증을 취득하고, 기초의학의 길을 가는 졸업생이 전국적으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처럼 의대생이 졸업 후 기초의학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임상 의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경제적 보상, 장기적인 연구 성과 창출의 어려움, 그리고 진로의 폐쇄성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기초의학은 그렇다치더라도 임상의학에서도 주요 필수과라고 할 수 있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와 같은 필수과에도 지원자들이 정말 적습니다. 그 이유는 고강도 업무와 당직, 의료 소송의 높은 위험, 그리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과 삶의 질 저하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료 소송의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의사들의 필수과 진료를 막는 주요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더라도,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의대졸업생들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필수과를 선택하는 의대졸업생들이 있습니다.
학문적 매력을 느껴서일 수도 있고,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선택을 하는 의대졸업생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중간에 그 길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초의학자로서 살아온 세월이 40여년이 되어 갑니다. 해부학교수로 살아온 세월도 30년이 넘었습니다. 예전처럼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의대졸업생들이 많지 않은 시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이 길을 걷는 후배의사들이 나올 것입니다. 제가 기초의학의 길을 선택할 때에도 주변의 많은 분들이 반대를 했었습니다. 그 길이 쉽지 않은 길이고, 보상이 적은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아쉬울 것이 없는 거의 시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감사로 가득 채워진 시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은퇴를 몇년 앞둔 제 입장에서 이 길을 걷는 제자들이 분명히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임상분야에서도 기피과가 되어버린 필수과를 전공하고, 이 땅의 의료계를 이끌어갈 의사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정치권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함께 노력해가야 할 것입니다. 노력없이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