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후에 처음으로 대형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관람했다. 전날 새벽에 들어와 잠을 세시간 가량 잔 후에 서울을 올라간 탓에 너무 졸렸다. 2달 전에 예약을 했음에도 2층 한쪽에 치우친 좌석이었다. 더구나 아침에 도착하여 둘째 아들의 이사짐을 포장해서 택배로 7박스를 붙이고 난 후라서 더욱 몸은 피곤한 상태였다. 아무튼 조금은 열악한 환경(내외적)에서 세시간동안의 공연을 관람했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밤수업이 끝나고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지만, 난 그저 제목과 귀에 귀에 익은 음악정도만 알고 관람을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관람객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텐콜은 대단했다.
무대장치의 수준은 과히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조명까지. 특히 놀라운 것은 “의상”이었다. 화려할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그런 공연이었다. 공연장에서 늘 경험했던 관람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불쾌감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서울이라 그런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25주년 기념공연”이라고 붙여 있다.
96년에 광주에서 살았다가 전주로 이사오면서 “이제 서울과의 거리가 한 시간 더 짧아졌으니 공연도 보러다니자”라고 했던 약속들은 20년 가까이 지켜지지 않았었다(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들이 한두개는 아니지만). 이제 하나씩 그 약속을 지켜가려고 하는 것이다. 아내와 둘째 아들, 이렇게 셋이서 관람했다. 아들들이 모두 바쁘게 살고 있어서 앞으로는 아내와 단둘이서 관람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런 뮤지컬이나 공연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순전히 “게으름”과 “분주한 삶”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삶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 본다. 자정이 다 되어서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에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