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주에 이사온 이후로 줄곧 같은 아파트에 삽니다. 처음 5년은 전세를 살았고, 캐나다로 가기 전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잠시 살다가, 캐나다에 갔다가 되돌아와서 계속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기전에 전주로 이사와서 전주에서 처음으로 유치원을 다녔죠. 큰 아들은 2년을, 작은 아들은 3년을 다닌 후에 초등학교에 들어 갔습니다.
전주로 이사오던 시기에는 아이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물론 그전에 공중보건의 시절에 이사를 다닌 적이 있지만 둘째는 뱃속에 있을 만큼 어렸구요) 따라왔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이었던 때는 “아빠, 꼭 캐나다 가야돼?”라고 제게 물었죠. “안가면 안돼?”라는 질문도요. 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고, 별 탈 없이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2년간 살다가 왔습니다. 되돌아 올 무렵 큰 아들이 내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빠, 우리 꼭 한국으로 되돌아 가야돼?”라고 말입니다. 설명없이 “응, 꼭 돌아가야 돼”라고 답변했습니다.
그 후 한국에 되돌아가 같은 집에서 고등학교 때 까지 다녔고 지금은 둘 다 집을 떠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사를 별로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사를 다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먼저 하자면 “돈이 없어서…”입니다(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제게 하는 질문입니다. 심지어는 그 집을 제게 파신 교수님꼐서도…). 그런데 되돌아 보면 이사를 별로 다니지 않은 것은 (같은 도시안에서는 한번도 이사를 하지 않은) 아이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아파트가 오래되고 별로 좋지는 않지만 집을 떠나 있는 아들들에게는 그마나 기억되는 집일테니 말입니다. 1년에 한 두번 오는 집이긴 하지만 아들들에겐 “집(home)”으로 기억되는 공간이니 저는 좋습니다.
캐나다에 갈 때는 일단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도시내에서 옮겨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적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잦은 이사는 아이들의 정서에 분명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사 자체의 스트레스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낯선 환경과의 만남, 낯선 친구들, 낯선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 말입니다. 따라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교, 이를테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시점에 이사를 많이 하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사가 하나의 재테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스트레스와는 별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물론 전세의 경우에도 2년에 한번씩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말입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이사를 다니지 못하고 18년간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되돌아 보니 그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