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제자들 중 주례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단호히 거절한다. 오늘도 주례부탁을 받았다. 거절의 이유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나의 외모는 무게감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주례라고 하면 교장선생님이나 목사님의 외모가 풍긴다.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즈음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다. 원래 주례는 결혼예식을 주관하였다(요즈음은 사회자가 따로 있다. 주로 친구가 맡는다). 예식의 순서에 따라 결혼식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었다. 따라서 주례는 집안의 어른이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신부의 아버지가 맡기도 했다. 왜냐면 결혼은 신부집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던 전통이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성직자의 집례에 따른 결혼예식이 유행하다 보니 집례자가 아닌 주례자가 세워지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은사님이나 어른들을 주례자로 세워 결혼을 하는 풍습이 자연스럽게 생긴 탓에 오늘날과 같은 결혼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오늘날의 결혼식에서 주례자는 주례사와 혼인서약을 하는 중요한 위치가 되었고, 무게감이 있는 사람을 주례자로 세우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주로 은사님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흔히 나이가 들어서 사회적 위치가 교장선생님이 많았기 때문에 주례는 곧 교장선생님이란 공식이 생겼다. 의대생들은 주로 좋아하는 교수님에게 주례를 부탁하고, 전공의나 전문의들은 자신이 공부한 과의 과장이나 주임교수에게 부탁을 한다. 아무튼 학생 둘이 내게 부탁을 했지만 나는 전형적인(?) 주례의 외모가 아니라서 거절하게 된 것이다.
둘째는, 나의 두 아들은 아직 어리다. 자녀들이 장가를 가서 잘 살고 있을 때 내가 주례자로서 신랑신부에게 당부의 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내 자신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인생을 더 살아보고, 손주도 보고 그런 위치에서 주례를 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내 자신도 좀 더 성숙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아무튼 이 두가지 이유로 거절을 했다. 어렵게 부탁을 한 것인데 거절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도 존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요즈음은 주례가 없이도 결혼식을 거행한다. 노프라블럼이다. 주례가 없이 결혼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될까? 물한그릇 떠놓고 부부의 연을 맺었던 시절도 있었다. 혼례식이 사치였던 그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물론 내 제자들인데 당연히 그들을 축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주례만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