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도성에는 성벽(城壁, rampart)이 있었습니다. 그 성벽은 그 도시의 경계이기도 하고 방어벽이 되기도 합니다. 각 집에도 담이 있습니다. 그것이 벽돌이던지 흙과 돌로 지어졌던지 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담 대신에 울타리가 있습니다. 울타리는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담 대신에 경계를 짓는 것입니다. 울타리는 안이 들여다 보이기도 하고 맘만 먹으면 마당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울타리는 도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어설픈 담역할을 합니다. 대신 높은 벽은 도둑들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방어막입니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 울타리라는 말을 듣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왜냐면 울타리가 쳐진 집들은 거의 없습니다. 전원주택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울타리를 볼 수 있지만 도시에서 울타리있는 집을 보기는 정말 힘듭니다. 서울에 어느 곳에서 담을 헐고 골목길을 넓혀 주차공간도 확보하고 이웃과의 소통의 기회도 얻고, 더 나아가 서로의 집들이 노출되어 있어 범죄율도 줄어 들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울타리도 없고 집의 경계만 표시를 해두었을 뿐입니다.
나는 “울타리를 만듭시다”라는 조금은 제 시각의 글 제목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고 삶의 모습들은 어느정도선에서 보여주되, 자신의 영역(프라이버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은 보호받는 그런 울타리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울타리는 비단 집 뿐만 아니라 인간 한사람 한사람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높은 담을 쌓아 타인과의 소통을 미리 차단하는 삶은 자신과 이웃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영역도 없이 이리 저리 휩쓸려 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삶의 울타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울타리만으로는 부족해서 사람들은 벽을 쌓습니다. 더 높게 더 단단하게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작은 창문 하나만 내놓습니다. 자신은 최대한 감춘 채, 그 창문으로 세상을 엿봅니다. 현대인의 모습은 아닐까요?
벽은 헐되, 울타리를 만듭시다. 그것도 낮은 울타리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