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교회로, 교회에서 집으로 걸어다니는 길은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주공3단지이다. 남의 아파트를 통로로 사용하고 있으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구조이다. 여름과 가을에 보여주는 주공3단지의 오솔길은 아름답다. 한때 재개발의 바람이 불어닥친 후에는 아파트 자체는 거의 수리를 하지 않아 흉물스럽기까지 하지만, 큰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은 여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요즈음 더운 날씨 탓에 겨울내내 닫혀 있던 창문들이 열리고, 열린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들를 듣게 된다. TV소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덜컹거리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야단치는 아빠나 엄마들의 목소리, 아기우는 소리, 부부의 싸우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소리들이다.
소리뿐만 아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공을 차는 모습, 아저씨들이 나와 담배피우는 모습, 무거운 짐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아줌마들, 쓰레받이의 먼지를 창밖으로 털어내는 할머니,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을 창문으로 불르는 엄마들,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피자집 배달원, 가방을 매고 공부하러 가는 아이들, 때론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는 젊은 여자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30여년 정도 자란 나무들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재개발이 된다면 아마도 싹밀어버리고 편평하게 만든 후에 건축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내 개인적으론 주공3단지는 재개발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재개발이 되더라도 나무들을 놔두고 건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의 바램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건축하는 사람들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쉽고 편한 방법으로 재개발할 수 있는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