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3] 내 인생의 첫 흡연

By | 2014년 9월 10일

우체국장님네는 아들 셋과 딸이 둘이 있었다. 큰 딸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별로 본 적이 없고, 큰 아들도 일찍 광주에서 학교를 다녀서 방학 때 가끔 볼 수 있었다. 둘째아들은 나보다 한살이 더 많았다(학년은 두 학년이 높았다). 둘째딸은 내 아래 학년으로 다니다가 서울로 전학을 갔고, 막내아들은 내가 장언리에서 살 때까지 그 곳에서 살았지만, 나중에 자녀들이 모두 광주와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국장님네는 당연히 부자였다. 이번 추석 때 일부러 그곳을 가 보았는데, 지금은 우체국이었던 건물이 덤불에 쌓여있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었다(현재 군내우체국은 금골리에 새롭게 세워져 있다). 자녀들이 모두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잘 살고 있다. 큰 아들은 광주 근교에서 병원장으로 일하고 있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둘째 아들은 서울에서 치과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국장님네 둘째 아들의 이름은 흥구(자녀들이 모두 “승”자 돌림이었는데 둘째 아들만 “흥”자가 들어가 있었다)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함께 학교를 다녔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아마도 겨울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논에 벼가 없었고, 풀도 없던 논두렁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국장님네 집에는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곤 했다. 당시에는 안방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라 안방 바닥에 놓은 재떨이에는 피우다 버린 꽁초가 많았다. 그 공초들 중에는 피우다만 긴 꽁초들도 있었다.

어느날 흥구가 재떨이를 통채로 들고 나왔다. 성냥과 함께. 둘이서 우체국 앞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논두렁 뒤에 숨어서 재떨이에 있는 꽁초 중 좀 덜핀 놈을 골라 불을 붙여서 한 모금 마셨다. 격한 냄새와 함께 심한 기침을 쏟아져 나왔다. 나의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기 때문에 당시 한모금 마신 담배 연기는 나의 숨통을 끊어놓는 듯 했다. 나는 담배냄새를 싫어했었지만 호기심에 그렇게 해 본 것이다. 흥구도 마찬가지였는데, 흥구는 몇 모금 더 빨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둘이는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 처럼 재떨이를 돌려놓고 태연히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무슨 연유인지 둘이서 담배를 피웠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진 후였다. 흥구가 부모에게 걸렸던지, 아니면 둘이서 논두렁 뒤에서 숨어서 담배피우는 것을 누군가 보았던지 알 수는 없다. 소문이 이미 퍼진 후에, 나는 아버지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니 껄껄껄 웃으시며 그냥 넘어가셨다.

나는 다행히도 흡연을 하지 않는다. 가족 중에 흡연자가 없으니 당연한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저질렀던 흡연의 추억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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