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어려서 부터 갖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다. 빨강색 우체통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빨강색 우체통 모양의 저금통”이다. 왜 이것이 그토록 갖고 싶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이 저금통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 성장하면서 갖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간혹 내 머릿속에서 이 우체통이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물건에 대한 집착”이다. 아무튼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나는 문구점에 가면 이 저금통이 있는지를 늘 뒤지곤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저금통에 대한 집착은 사라졌지만, 내가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을 때면 꼭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 저금통에 대한 기억은 나의 삶가운데 “소유”, “욕심”, “물욕”, “절제”, “탐욕”, 등과 같은 말들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기도 한다.
무엇때문에 생긴 기억인지, 왜 이토록 오래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