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53] 이 집에 누가 호랑이띠냐?

By | 2014년 9월 19일

우리집도 진돗개를 키웠다. 그러나 우리집 개들은 오래 사는 늙은 개가 없었다. 왜냐면 일찍 죽거나 다 크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번은 강아지를 사왔는데 몇 주 지나지 않아 열려진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그만 택시에 치고 말았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던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라니!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택시기사와 아버지가 언쟁을 했다. 결국 택시기사가 강아지 한마리를 사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그 강아지가 온 다음날 밤에 강아지가 사라졌다. 어려서 묶어 두진 않았지만 분명히 마당에 있어야 할 강아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더우기 음식물들이 대문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이웃사람들은 밤사이에 차량이 와서 정차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둥 택시기사를 의심하는 이야기들이 돌았다. 그러나 그 사건은 거기서 마무리 되었다.

잘 자라던 개들이 새끼를 낳고 나서 시들시들 아프다가 죽기도 하고, 정말 건강하게 자란 개가 어느날 실종되기도 했다. 스피치도 키워 본 적이 있고, 잡종견을 키워 본 적도 있다. 스피치는 진돗개 순종 이외의 개를 키울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외지인이게 팔려 갔고, 잡종견은 밥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원래 주인에게 팔려갔다.

개를 키우다가 잘못되면 꼭 어른들이 하시는 질문이 있다.

“너희집에 호랑이띠가 누구냐?”

저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예요”라고. 그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집에 호랑이띠가 있으면 개가 잘 안된다(잘 자라지 않거나 일찍 죽거나 한다는 뜻)”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집의 개들이 잘못되는 이유가 바로 “나”에게 있는 셈이다.

어른들의 그런 말은 내게는 큰 상처가 되었다. 근거도 없는 호랑이띠와 개의 악연에 대한 이야기는 개가 잘못될 때마다 나는 스스로 자책감에 빠지곤 했다. 우리집에서 개를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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