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94] 일본어와 반일감정

By | 2014년 9월 23일

우리가 자랄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는 간혹 일본어로 대화를 하시곤 했다. 우리가 들어서는 안될 내용의 대화 때 그랬었다. 눈치로 대화내용을 파악하곤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언젠가 아버지가 “일본어를 배워보지 않겠니?”라고 하셨다. 그런데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수의 나라의 말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른들의 영향이었을까? 우리가 자라면서는 “반일감정”이 어른들과 엇비슷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반일감정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과의 경기라면 무조건 이겨야 하고, 이긴 경기를 통해 통쾌함을 느끼곤 했다.

특히 당시에 유명했던 프로레슬링이나 권투는 반일감정 표출의 극치였다.

지금은 그 때 일본어를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막연하게 내 속에 있는 반일감정이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이다.

인생은 그렇다. 그 때는 아직 이성과 감정의 균형이나 조절을 할 수 없었던 나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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