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2년동안의 캐나다 생활을 정리할 무렵, 나는 가족과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횡단하기로 했다. 2년동안 추운 핼리팩스에서 벗어나 북미대륙을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지 보고 싶었다. 가족들도 2년간 핼리팩스에 갇혀 살았는데, 넓은 세상을 한번 구경하고자 했다. AAA에서 지도를 요청했다. AAA에서는 가입자들에게 여행에 필요한 지도를 무료로 제공한다. 핼리팩스를 출발해서 미국 남서부 센디에고를 향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북쪽을 향해 가서 캐나다 로키산맥인 밴프와 제스퍼를 본 후에, 다시 동쪽으로 달려 핼리팩스로 되돌아가는 계획이었다.
사실 무모한 계획이었고, 중고 미니밴을 타고 달릴만한 그런 거리는 아니었다. 출발일이 다가서가 계획을 변경했다. 센디에고까지 가지 않고 ,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를 들러 북향하는 선택이이었다. 이후에는 밴프와 제스퍼를 거쳐 핼리팩스로 돌아가는 계획이었다. 원래 계획했던 34박 35일의 여행이었다. 약 17,00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길이었다.
주요도시나 사이트는 미국에서는 시카고, 덴버와 미국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Arches National Park, Monument Valley, Grand Canyon, Hoober, Las Vegas, Zion Canyon, Bryce Canyon, Yellow Stone, 등이고, 캐나다는 Vanff, jasper, Edmonton, Ottawa, Quebec, 등이었다. 차량은 Plymouth Voyager 미니밴이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월마트에서 파는 지도 한권이 전부였다. AAA에서 만들어준 지도는 분량이 너무 많이 도저히 가지고 갈 수 없었다. 따라서 지도 한 권을 보면서 중간중간에 노트에 도로를 그려가며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을 지도에서 확인하면서 달렸다. 잠은 지인의 집에서 5일, 캐빈에서 하룻반, 모텔에서 7일, 그리고 나머지 21일은 모두 캠프장에서 캠핑을 했다.
중간에 많은 사진을 찍고자 했으나 여행의 피로에 의한 집중력 상실로 생각보다 많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캠코더로 동영상도 찍었으나 아직 편집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 그저 보관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고 정리를 시작했다. 당시에 적어놓은 노트에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억을 되살리고 시간대별로 정리를 했다. 그리고 4권을 인쇄하기로 했다. 지난번 유럽여행기를 제작했던 바로 그 인쇄소에 맡긴 것이다.
모두 161쪽의 내용을 담은 여행기가 완성된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자 했으나, 가능한 노트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적었고, 노트에 메모한 것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시차에 따른 시계조정을 하지 않은 카메라의 기록은 날짜를 혼동하게 만들었지만 가능한 제날짜에 찍힌 것들을 선택했다.
이 여행기는 우리 네 식구가 하나씩 소장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숙제를 한 기분이다. 홀가분하지만, 좀 아쉽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했지만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