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1학년 학생 다섯명이 다녀갔습니다.

상산고 학생 다섯 명이 제 연구실을 찾아 왔습니다. 연구실이 좁아서 세미나실에서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한 장도 찍질 못했네요.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여기에 사진 올렸다가 아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 수도 있어서 말입니다.

똑똑하게 생기고, 예의가 바르고, 밝은 표정을 지닌 전형적인 상산고 학생들이었습니다. 또한 자신감있는 삶의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었습니다. 의대진학과 의대생활, 그리고 직업으로서 의사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 “의사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다 적을 수 없어서 오늘은 이 이야기만).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전망”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전망이라는 단어 속에는 “직업” 그리고 “돈”이라는 두 단어가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에게는 말입니다. 오히려 “명예”라는 단어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면 제가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의사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의사가 대하는 대상은 바로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에 달리는 수식어는 “질병”과 “죽음”입니다. 인간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매춘과도 같다는 과격한 생각도 해 봅니다.(이 표현에 오해가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학생들 앞에서 사용한 단어는 절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의사가 존경받았던 이유는 바로 “의료”와 “돈” 사이는 상관계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가 부터 의사라는 직업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이제 이과를 지망하려는 어린 학생들에게 제가 이 글을 쓰는 것 만큼은 과격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남들이 가니깐 의대를 가야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왜 자식들에게 의대를 가라고 말하는지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같은 부모입장에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 학생은 이 부분에 대한 갈등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정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 예상에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했을 뿐 아니라, 상산고를 구성하는 학생들의 분위기와 의대의 분위기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왜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얻었을 것입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충분히 저의 이야기들을 잘 흡수하고 수용하고,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정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토요일 오전에 학생들 시험 감독을 한 후라서 피곤한 몸이었지만, 역시 젊은 학생들을 보니 힘이 났습니다. 앨범에 넣어 두었던 주찬이의 초등학교 때 반 학생들의 부모와 자신의 원하는 직업에 대한 내용과, 몽생미셸의 사진까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였지만 한시간 반 넘은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입시의 결과들이 나타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