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조금씩 걷기로 운동부족을 채우고 있다. 요즈음 장마철이라 비를 만나곤 한다. 어젯밤에도 비가 내렸다. 장마비이지만 우산을 쓰고 걸을 만한 그런 비였다. 그러나 집을 나서서 100미터쯤 가니 폭우가 쏟아진다. 오랫만에 만나는 장대비이다. ‘그래, 장마비는 이래야 되는거야’라고 생각하며 걷기로 작정하고 걸었다.
오랫만에 빗속을 걷는 시간이었다. 보통 2km 쯤 걷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속도가 영 느리다. 중간에 영상도 몇컷 찍고 사진도 여러장 찍어 본다. 어둡고 비와서서 포커싱은 제대로 되질 않지만 그냥 남겨둔다. 이것도 기록이고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를 몽땅 맞아서는 안되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우산을 꼭 부여잡고 걸으니 반바지 아래쪽으로만 몽땅 젖는다.
아내가 일하는 학원 가까이 가서 열심히 차를 찾는다. 아내의 주차습관을 잘 아는지라. 차에 오르니 엉덩이 부분까지 다 젖었다는 것을 느낀다. 직물시트가 젖는다. 우산을 조수석쪽에 던져 놓았지만 차안 이곳 저곳에 물자국을 남겨놓는다. 수건이나 화장지도 없으니 팔뚝에서 흐르는 물을 닦아 낼 수도 없다. 차를 학원 주차장으로 이동시키고 나서 트렁크를 뒤져본다. 역시 물을 닦을 만한 것이 없다.
잠시 후 아내가 나오고 겨우 손수건을 얻어 물기를 닦아낸다. 그나마 상체에는 물기가 거의 없다. 팔뚝을 제외하곤. 모처럼 빗속을 걷는 기분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이유는 모른다. 뭔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시원하다. 몸도 마음도. 기분 같아선 우산을 걷어치우고 장대비를 그대로 맞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만용이고 오기이다. 그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길바닥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다.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복된 시간이셨네요.
가끔씩 완전 자연 모드로 비나 햇볕를 흠뻑 맞아 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빗방울에 튕겨져 올라오는 기분좋은 흙냄새나(도시에서는 어려운 이야기지만요)
살갖이 햇볕에 소독되는 기분을 상상해 봅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폭우가 쏟아진 탓에 집에 와서 젖은 운동화를 벗고…
발을 씻는데…
장딴지에…. 껌종이가 붙어있더군요.
걸으면서 빗물이 많은 곳에서…물이 튕기면서….
껌종이가 같이 올라와서 묻어서… 붙었었나 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