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복장

By | 2015년 11월 23일

나는 의과대학 교수이다. 그리고 해부학을 비롯하여 조직학, 신경해부학, 발생학 등을 강의한다. 물론 해부학실습도 있다. 해부학실습때는 당연히 가운이나 실습복을 입는다. 그런데 강의 때는 자유스럽게 입는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입는다는 것은 아니다. 바지와 윗옷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입는다. 어떤 자킷을 입느냐에 따라 바지를 선택한다. 색상이나 재질 등을 고려 한다. 물론 신발의 선택도 신경을 쓴다. 기본은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물론 날씨가 더워지면 반팔티도 입는다. 대부분 검정색 라운드티셔츠이다. 이런 경우는 면바지 보다는 청바지를 선택한다. 면바지를 배제하는 이유는 면바지는 성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바지는 가능한 비싼 브랜드를 입는다. 나이가 있는데 일반 청바지를 입으면 없어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성의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의대생들이 교수의 복장에 따라 수업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저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의대생들이 해부학수업을 받으면서 “작은 의사”로 키워져 간다. 따라서 어떤 상징성 측면에서는 “가운”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은 생각에서 복장을 그렇게 시작했다. 예전에는 가운도 입었고, 양복에 넥타이도 매고 갔다. 그런데 학생들은 “해부학교수”에 대한 어떤 선입관을 갖고 있다. 그것을 조금은 깨보자는 생각에서 수년전부터 복장을 바꾸었다.

사실 복장을 자유스럽게 입으려면 양복이나 가운을 입는 것 보다 훨씬 더 비용도 많이 들고, 생각도 잘 해야 한다. 그리고 자주 아내에게 질문을 하곤 했다. 쉽게 말하자면 “컨셉”과 “콘티”가 있는 복장인 셈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가볍게 여길 수 있다”라는 어느 교수의 의견이 나오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려 보았다. 페친들은 다양한 의견을 주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추가] 2015년 11월 24일 아침, 어제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답변 중 애매한 답변을 제외하고 1번 29분, 2번 두 분, 3번 10분의 답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4 thoughts on “강의복장

  1. 김은영

    그날 자리에 맞춰 입으심이 답 아닐까요?
    지금 그대로 고수 하십시오.

    여기 의사들 넥타이 맨 사람들 거의 못봤습니다.
    청바지에 라운드 티 입고도 환자 봅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저는 저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속마음들은 그게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내년부턴 복장을 바꿀까 생각 중입니다.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Reply
  2. 김미숙

    일전에 한번 잠깐 인사드리긴 했는데요잉….기억하실라나요?
    전남대 출신이면서 지금은 인천에 살고 있는….
    강의하실때 복장 하나하나까지 생각하시는 마음을 참으로 존경합니다.
    사실 저는 교수님께서 정말 대단하시다 싶으신 생각이 들때 댓글을 다는 편인데
    그동안 몇번 달았다 지운적, 한번은 날라간적을 제외하면 오늘이 두번째네요.
    의대생 입장이 안되어본지라 뭐라고 추천은 드리기 어렵구요 ^^;;
    어떤 결정이든지 하나님은 좋아하실것입니다 ^^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안녕하세요.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어디서 뵈었는지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많은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안타깝게도요.
      너무 방대한 기억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무너져 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실수할까 봐서 페이스북에는 미리 양해를 구해놓기도 했답니다.
      혹시 나중에 뵙게 되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