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저녁에 동기모임이 있었다. 6년만에 만나는 시간이다. 몇개월 전에 약속이 잡혔고, 총무가 “오랫만이라 부부동반”이라고 지난번 친구의 빙부상 때 이야기를 한 것이라 아무런 생각없이 아내와 동행하였다. 광주까지의 길이 멀지는 않지만 토요일이라 한시간반 정도 생각하고 출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가장 먼 곳에서 온 사람이 먼저 오는 법이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예약된 식당의 방에 가니 6인분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아내가 갑자기 “부부동반 모임이 아닌 것 같네요. 저 다른 곳에 가 있을께요”라고 말한다. 그냥 식사를 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그 사이에 동기가 한명 왔다. 함께 상무역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 친구 앞에서는 “큰 아들한테 가 있을께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식사모임이 좀 길어졌고 9시가 되었다. 상무지구에서 전남대병원까지 운전을 하고 갔다. 거의 도착했을 무렵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의 도착했어.”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내의 대답이 “상무지구인데요”이다.
헐~
전남대병원까지 오면서 친구 한 명과 동행했기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큰 아들 집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밤 길에 운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상무지구에서 전남대병원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를 듯 해서이다. 그리고 전남대병원 정문쪽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렸다.
왜나면 큰아들도 집에 있지 않았다. 큰아들은 이미 아내와 통화를 한 상황이었고, 나만 계속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미안하기도 했고, 약간의 화도 나고. 물론 그 화가 내 자신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아내에게 전화해 보니 택시를 탔다고 한다. 지하철 이용시 계단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탔다고 한다(무릎이 좋지 않아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30분을 기다리니 아내가 도착했다.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짜증이나 화를 낼 상황인데도 아내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뭐했어?”라고 물으니, “근처 서점에서 책 사서 읽고 있었어요”라고 태연하게 대답한다. 천사가 남자들끼리만 식사를 하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밥은?”이라고 물으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어묵 사먹었어요”라고 답한다.
부부동반모임이 아닐 줄 알았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도 않고, 오랫만에 집에 온(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신경과학회”를 다녀온) 둘째 아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었을텐데… 나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아내와 둘째가 각자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미안함과 감사함이 계속 교차되고 있다.
천사 아내와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천사박사님~
파이팅입니다~
페이스북 댓글도…
제 블로그 댓글도…
모두 감사합니다.
이런 때가 있지요.
귀에 익은 광주 이름들이 정겹습니다.
광주는 30년 전에 가보고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광주는 많이 변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네비가 없으면… 길을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특히 상무지구쪽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