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두달간 주부(housewife)를 하고 있다. “housewife”라기 보다는 “housekeeper”에 가깝다. 아내가 걷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수술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무릎 때문에 발생한 엉덩관절 주변의 활액낭염과 근막염 등이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집안의 일을 내가 해야 한다.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시장보기 등 집안일은 도맡아 해야 하는 나는 두 달이 되자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하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 보다 더 힘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반찬이다.
우리 집에는 원래 밑반찬이란 것이 별로 없다. 아내만 김치를 먹기 때문에 김치는 있고, 나머지는 그때 그때 먹는다. 김치찌개도 만들어 보았으나 다른 반찬들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밖에서 공수(?)해 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공수된 반찬은 이렇다.
- 갈치조림 (소담가)
- 피순대 (조점례순대)
- 탕수육 (만금당)
- 게살죽 (본죽)
- 추어탕 (꽃밭정이/평화동, 남원추어탕/금암동)
- 피자
- 닭강정
- 프라이드 치킨
어제는 하는 수 없이 반찬가게를 갔다. 상산고 앞에 상산타운 아파트내 상가에 있는 반찬가게이다. 지난 월요일 저녁 회식 때 교수 한 명이 추천해준 곳이다. 반찬 몇가지만 사왔다. 마침, 김치찌개도 봉지에 담아서 팔기에 하나 사왔는데, 아내가 먹지 않는 김치찌개이다. 김치찌개는 좋아하지만, 돼지고기가 썰어져 있는 찌개는 먹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내는 입맛이 절대로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고기가 눈에 보이게 쎃어져 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
아무튼 우선 반찬 몇가지를 사왔다. 그리고 유리 그릇에 옮겨 닮아 밑반찬으로 먹어보고 있다. 주부코스프레는 정말 어렵다. 이 땅의 주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부의 일이란 세가지 특성을 지닌다.
- 해도 해도 끝이 없다.
- 열심히 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 잠시라도 멈추면 집안이 난리가 난다.
주부 코스프레는 당분간 계속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