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설득하려는 며느리

By | 2017년 7월 7일

어젯밤 KTX안에서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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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안.
시어머니를 설득하려는 며느리가 애쓴다.
“어머니, 제 말씀을 들어보세요. 그것은요……(생략)”

이야기가 길어지자 용산역 출발 전에 복도로.
지금 광명 지났는데 아직도 복도에서 통화 중.
애.쓴.다. ㅠㅠ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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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를 올라탔는데, 그 며느리는 그렇게 시어머니를 설득하는 통화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자리에 앉자 객실 밖 통로로 나간다. 아직 기차는 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저녁도 못 먹었는지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손가방과 음료수, 과자봉지만 남아 있다. 아마도 객실 밖 통로에서 서서 계속 통화를 하는 것이 유리문을 통해 훤히 다 보인다.

광명을 지나고, 공주를 지나고, 익산을 지날 때까지 그렇게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익산 근처에서는 그나마 통로에 있는 보조의자에 앉아서 통화를 했다. 그 동안 통화하는 대상이 바뀌었는지 아닌지 알 길은 없지만, 객실에서 시작한 통화가 그렇게 한시간이 넘게 계속 되었다.

익산을 넘어서자 자리를 되돌아 왔다. 그리고 먹다 남았던 과자를 씹어 먹는다. 배가 고팠던지, 분이 삭히지 않았던지, 아니면 과자의 특성이 그런지, 씹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리고 그 여자승객도 전주에서 하차했다.

보고 있는 내내, 내 마음속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마음속으로 ‘시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며느리의 생각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도 시어머니의 생각이나 고집을 꺾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든 분들의 생각을 꺾기란 그렇게 힘들다는 뜻이다.

시어머니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설득이 부질없어 보이는 것이다. 한 시간 넘는 통화를 하는 며느리의 모습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용산역 고려당에서 산 빵이라도 하나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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