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아내 때문이다. 덕분에 집안을 둘러보게 된다. ‘아, 인간이 참으로 많은 것을 갖고 사는구나! 과연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 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집안에 쌓여 있다. 참으로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장농위에 수년 동안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종이 정리함들이 있다. 모두 내려놓았다. 아주 오래된 헌 옷들이다. 군의관 대위 임관 때 입었던 군복도 있다. 한복이며, 일반 옷들이 가득하다. 큰 쓰레기 봉지를 구해서 다 버렸다. 이것은 재활용통에 넣으면 안되는 옷가지 들이다. 그 옷 중에는 당시에 엄청 비쌌던 런던포그 외투도 있다. 졸업할 때인지 본과 3학년 올라갈 때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아버지가 광주에 올려오셔서 금남로 매장에서 사주셨던 옷이다. 감회가 새롭다. 지금 봐도 원단이 대단히 고급스럽다.
다른 박스 속에는 결혼할 때 함 속에 넣었던 청홍채단(靑紅采緞)과 혼서지(婚書紙)도 나온다. 이런 것들이 어디 있었는지 기억도 못한 채 바쁘게 살아온 삶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참으로 바쁘게만 살았던 인생의 시간들이다. 후회는 없지만, 조그마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직도 버릴 물건둘이 가득하다. 욕심과 함께 버러야 할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