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장례를 마치고 이것저것 마무리를 하고나서, 아내와 함께 집안을 계속 정리 중에 있다. 이사는 아직 3개월이 남아 있지만, 캐나다에서 온 후로 14년간 쌓인 짐들을 정리하고 있다. 두 아들이 외지로 공부를 하러 떠났을 때에도 우리 부부는 짐을 정리하지 못했다. 정말 바쁘게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정리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 바쁘게 살아온 시간들이었잖아요?”라고 아내가 말을 한다.
그 말이 맞다. 오늘은 두 아들이 학교에 다닐 때 싸가지고 다니던 도시락을 버렸다. 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그릇들을 버렸다. 그 외에 많은 컵, 젓가락, 숫가락, 포크, 등 주방에서 사용하는 것들을 버리니, 주방 찬장에 여유 공간이 생겼다. ‘왜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외국에 거주하는 동생이 지난번에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지 말고, 필요한 것을 골라서 이사를 가야해요”
그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이사를 해야하는 것이 옳다. 그 이외의 것들은 욕심이다. 탐욕이다.
신발장에서 2년 이상 한번도 신지 않은 신발들(새 것에 가까운 것부터 사용감이 있는 것까지)들을 몽땅 버렸다. 신발은 옷가지 재활용센터에서 가져간다. 양쪽 짝이 맞으면 거기에 버릴 수 있다. 이제는 베란다 창고에 있는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들을 버려야 한다. 김치를 담지도 않으면서 김치담을 때 사용하는 큰 용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것 뿐이랴! 전자제품들을 사면서 놔둔 박스들이 베란다 창고 공간을 채우고 있다. 당시에는 ‘나중에 박스에 보관을 해야하니깐 놔두어야 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수년간 그렇게 창고에 박혀 있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버릴 예정이다.
이사 갈 준비 시간은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