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효자동 금호타운“이다. 1992년에 3월에 준공되었기 때문에 벌써 25년이 된 아파트이다. 나는 교수로 임용된 96년에 금호타운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 아파트 매매가 쉽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바울교회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얻으려니 금호타운 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5동 5층에서 살았다. 전세였다.
2년이 되어 전세가 끝나가는데, 집주인이 계속 살아달라고 한다. 따라서 3년을 더 살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전세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집주인의 친동생이 그 집으로 갑자기 들어온다고 하는 바람에 캐나다로 출국하기 몇 개월전에 이사를 해야했다. 난감한 상황에서 8동에 살고 있던 이비인후과 교수네가 이사를 간다며 집을 사라고 했다. 아파트 준공 후 첫 입주자가 그 교수님네이고, 우리가 두번째로 이사와서 지금까지 사는 것이다.
그 때가 1월이었기 때문에 딱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3층이었던 집에 겨울의 아침햇살이 잘 비추고 있었다. 금호타운은 동간 간격이 넓은 편이지만 전에 살았던 5동이나 6동은 햇살이 아침일찍 들지는 않은데, 8동과 9동은 달랐다. 그런 이유로 집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는 우리 가족은 이미 캐나다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비자문제로 9월초에 출국하게 되어 7개월 정도를 살았다. 그리고 방한칸에 짐을 다 밀어넣어놓고, 나머지를 전세를 싸게 내놓았다. 세입자는 2년간 집을 너무 잘 관리해 주었다.
캐나다에서 돌아와서 우리가족은 14년을 이 집에서 살았다. 물론 두 아들은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집을 떠나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불현든 우리집의 장점을 적어 보려고 한다. 실은 한달 전부터 이사를 하려고 집을 치웠다. 그런데 집을 치우면서 우리집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누리지 못하고 산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간략하게 우리집의 장점을 적어 본다. 물론 25년 아파트라 샤시 등이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말이다.
- 겨울에도 햇살이 참 잘 든다. 아침 햇살은 물론이고 오후에도 햇살이 좋다. 1동에 가리우는 5동은 오후에 햇살이 잘 들지 않는다.
- 석양이 너무나 예쁘게 보인다. 2017년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나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석양을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 3층은 저층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
- 바람이 잘 통한다. 북쪽으로 있는 신촌주택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앞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우 좋다.
- 주차장이 매우 넓다. 8동과 9동 사이에는 4줄의 주차공간이 확보된다. 물론 8동 전용은 아니지만, 주차공간 때문에 골치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 아이들 놀이터가 바로 옆에 있다. 고령화가 되어가는 아파트이긴 하지만 놀이터가 있어서 젊은 부모들이나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이것은 나중에 글을 다시 읽어보다가 첨가한 것이다.)
이 글을 다 써놓고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우리집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말이다. 아내가 답을 한다.
“우리집이니까 좋지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