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을 강의하는 내가 내세우는 카피이다. 20년을 넘게 강의하면서 해부학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이것을 시험문제에 출제도 했었다. “해부학은 ( ), 해부학은 ( ), 해부학은 ( )”라고 말이다. 물론 틀렸다고 감점을 하지는 않았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이것을 기억하는 학생들에게 몇점을 보너스로 주었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피는 해부학에 대한 나의 영원한 관점이다.
해부학은 쉽다.
해부학이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딱하나이다. 새로운 용어들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가 런던으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자. 거기에서 처음 만나는 street나 road, ave. 등의 이름을 봤다고 치자. 처음 들어보는 거리의 이름이지만, 그 거리의 이름을 알고 나면 이내 익숙해진다. 이름이 변하지도 않는다. 그대로 있다. 마찬가지로 해부학구조물의 이름이 그렇다. 있는 구조물에 오랜시간동안 불려왔던 이름이 있는 것이다. 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쉬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새로운 이름이 많이 있을 뿐이다. 인체를 다루는 수많은 과목 중에서 이렇게 단순한 학문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해부학은 재미있다.
오늘 의학과(본과) 진입생 및 편입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육부원장이 해부학을 언급하면서 “조금은 지루하고 힘든 과정일 수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과목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에서 그 정도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삶의 과정이 있는가? 새로운 구조물들을 배우면서 느껴지는 희열과 재미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해부학을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대에 다닐 때 그렇게 흥미로운 과목이었다.
해부학은 중요하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모르고 의학을 이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인체의 구조만 제대로 알아도 의학의 절반 이상을 기본적으로 익히게 된다. 사실 의학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기초지식 위에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얹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은 그렇게 구성된다.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배우고, 거기에 생화학적인 부분과 병태생리를 배운다. 그리고 각 질병을 배울 수 있는 임상과목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해부학이 의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나는 해부학이 중요하다고 소리높여 외치는 것이다.
의학과에 올라오면 학생들은 해부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야 할 공부의 량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할 만하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몇가지를 권하고 싶다.
- 학생은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 학업이외의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학습이 어렵다고 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 개인의 능력이 조금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른 학생보다 먼저 준비하고, 먼저 복습하고, 더 적극적으로 학습에 임해야 한다.
- 의학공부는 선행학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복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나면 쉬는 시간에 노트를 한번 훑어 보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복습효과가 있다. 그리고 저녁시간에 다시금 복습함으로서 기억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하루를 넘기지 않는 복습이 매우 중요하다. 며칠 후에 하는 복습은 새롭게 배우는 것과 같다. 쉬는 시간과 저녁시간을 활용해서 하루를 넘기지 말고 복습하길 권한다.
- 수업시간에 구조물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요즈음 해부학교수들은 매우 친절하다. 따라서 구조물에 대한 이해를 수업시간에 꼭 해야 한다. 이해되지 않은 구조물이 있는데, 그것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그 구조물을 이해하고, 명칭도 이미 암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