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장수

By | 2018년 12월 23일

옛날에 양갱장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양갱을 만들었다. 맛이 순수했고, 정직하게 좋은 재료들을 사용했다. 모양은 투박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만들어내는 양갱을 좋아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아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그러나 양갱장수 아들은 아버지가 힘겹게 만드는 양갱보다 이웃마을에서 사먹는 양갱이 더 맛있었다. 왜냐하면, 그 양갱은 모양도 세련되고, 맛도 훨씬 더 달콤했다.

어느날 갑지가 양갱장수가 죽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일을 이어갔다. 아버지가 양갱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했고, 이윤도 많이 남지 않았다. 그는 자주 사먹었던 이웃마을 양갱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량으로 양갱을 구입해서 재포장한 후에 자기의 가게 이름을 붙여서 팔았다. 양갱은 더 잘 팔렸고, 오히려 이윤도 많이 남았다. 그렇게 양갱장사를 해오던 중 궁중에서 사람이 왔다. 양갱을 좋아하는 그 나라 왕은 소문이 자자한 양갱장수를 궁중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아들 양갱장수는 양갱을 몇개 싸가지고 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왕은 아예 궁중에 머물며 양갱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몇번 “재료를 가지러 간다”며 둘러대고, 이웃마을로 가서 양갱을 사가지고 오곤 했다. 그러나 계속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재료를 다 준비해 줄테니, 궁 안에서 거하면서 만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아들 양갱장수는 그 양갱맛을 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양갱의 맛도, 이웃마을 양갱의 맛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 엇비슷한 양갱만을 만들어냈다.

왕이 화가 났다. “왜 양갱이 이전의 맛도 나지 않고, 점점 맛이 나빠지냐?”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 그를 궁중 밖으로 내어 쫒아버렸다.

[설교를 카피하는 어느 목사의 모습을 생각하며 아침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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