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의무 중 하나는 “강의”이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일반대학 교수들에 비하여 강의가 많지 않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교수들이 절대시수(교수라면 꼭 해야 하는 강의시수)를 지키지 못한다. 160여명 교수 중 아마도 몇명만이 강의시수를 채울 뿐, 대부분의 교수는 절대로 그럴 수 없는 구조이다. “해부학”이라는 큰 과목도 시수를 채울 수 없다. 해부학, 조직학, 신경해부학, 발생학 등을 강의한다고 해도, 다섯명의 교수가 나누어 하다보니 강의시간 자체가 많지 않다.
따라서 한시간 한시간이 소중한 시간이다. 학생들에게도 소중하지만, 교수인 나에게도 소중하다. 따라서 매시간마다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매학기가 시작하면 나는 강의사진을 남기려고 애를 쓴다. 강의동영상을 남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그냥 강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간혹 보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을 남겨놓으면 강의할 때의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내 강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제 정년 때까지 10여회의 강의가 남아 있다. 따라서 한번의 강의가 내게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지금까지 강의를 게으르게 준비하거나 강의를 게으르게 해본적은 없다. 다만, 최근 매니에르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몇번 있지만, 강의를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가르치는 일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강의를 잘 소화하는 것 같다.
사진을 남기면 당시에 학생들이 떠오르고, 내 자신의 모습도 떠오르기 때문에 가능한 매년 사진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교수로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첫시간은 매니에르에 의한 vertigo으로 이틀간 힘들었던 탓에 깜빡했다. 따라서 두번째 강의시간(2019년 3월 8일, 1-2교시)에 조교에게 부탁을 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