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녹음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룸 어쿠스틱은 결코 쉽지 않다. 처음부터 음향을 고려하고 방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좋아하거나 오디오편집을 하는 사람들에겐 룸 어쿠스틱에 어느정도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내 방은 오른쪽으로 창문이 있고, 왼쪽이 입구이고, 벽에 테이블이 붙어 있고, 반대쪽벽은 책장이 있다. 컴퓨터가 놓인 벽면은 와인색 벽지를 발라서 아주 마음에 드는 색상을 보여준다.
내 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아주 울림이 많지는 않다. 내 방에서 가장 좋은 것은 스피커의 반대편 벽에는 그냥 벽이 아닌 책장이 놓여있다. 그러니깐 내 등 뒤쪽에 있는 벽은 모두 책장으로 가려져 있다. 책장에 불규칙하게 꽂힌 다양한 크기의 책이 좋은 디퓨저(diffuser) 역할을 해준다.
이번에 컴퓨터와 스피커 뒷쪽으로 흠음재를 부착했다. 60x60cm 짜리 4장을 구입해서 세 장을 벽에 붙이고, 나머지 한 장은 20x60cm 크기로 잘라서 iMac과 스피커 아래 원목 받침대 위에 깔았다. 흡음을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하고 나니 벽에서 튀는 소리가 줄었다. 물론 천장이 바닥, 벽과 벽이 만드는 구석에서 만들어지는 잔향들은 지금으로선 해결 방법이 없으나, 지금 상태로도 매우 만족스럽다. 더 이상은 욕심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사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해놓으니 분명히 좀 더 깨끗한 소리를 얻긴 했지만, 잃은 것도 있다. 그것은 방의 분위기이다. 와인색의 벽은 컴퓨터와 스피커의 배경으로 좋았는데, 이제는 정말 작업실처럼 되어 버렸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