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By | 2022년 1월 1일

나는 전라남도 진도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진도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딱 하나일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진돗개(진도개)”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있는 개품종이다. 진도라는 섬에 갇혀 산 덕분에 순종이 잘 유지되었지만, 한 때는 다른 품종과 섞인 잡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언제였는지 기억은 안남) 진도에서는 “순종 이외의 진돗개는 모두 퇴출한다.”라는 슬로건하게 수많은 진돗개들이 희생(죽이거나 육지로 반출)되는 흑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은 진돗개로 분류되는 흑구, 재구, 칡개 등 백구와 황구 이외의 진돗개는 그 생김새가 순종이라고 할지라도 희생되어야 했었다. 그리고 생김새 만으로 순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똥개”라 부르는 잡종 취급하여 모두 퇴출시켜 버렸다.

순수혈통주의, 일명 순혈주의가 가져온 진돗개의 비극의 역사이다. 이 기록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 겪어야 했던 큰 슬픔이기도 하다. “똥개”는 진돗개 순혈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순혈주의가 가져왔던 피의 전쟁들이 그 얼마나 많은가? 그 전쟁을 통해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던가!

비단 동물 뿐이랴! 우리는 “어디 출신?”이 중요한 문화이다. 대학의 교수 임용마져도 순혈주의에 빠져 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국립대의 경우는 “교수임용 3명당 타교출신 1명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명문화되었을까? 아직도 내사람, 네사람을 따지는 세상이다. 아직도 전라도니, 경상도니 하는 세상이다. 그 뿐이랴!

세계가 좁아진 세상, 지구촌 어딜가나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사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이나 순혈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동남아 뿐만 아니라, 유렵이나 중동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버리고 그들을 포용하며 살아가는 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단일민족”을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각자 얼굴을 보라.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모두 섞여 있는 얼굴들이다. 이상한 순혈주의를 내세우기 보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보는 2022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 같은 DNA를 가진 인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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