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사람 아무도 없다.”

By | 2022년 9월 25일
어젯밤에 페이스북에 올린 긴 글을 블로그에 옮겨 놓는다.

아침 9시,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아침.

갑자기 아내가 “9시반까지 전주공고까지 갈 수 있어요?”라고 한다.
순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만만치 않아서이다.
동시에 네비를 찍어 본다.
27분 걸린다고 나온다.
가능할 듯 싶다.
실은 세수도 하지 않았고, 머리도 감지 않았다.
(참고로, 난 어떤 일이 있어도 머리를 감아야 한다.)

일단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가고 차를 가져온다.
뒤 따라 나온 아내를 우리동 입구에서 태우고
외곽도로를 통해 대흥교차로로 진입하여 전주공고로 향한다.
약간(?)의 과속과 함께.

가는 도중에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내가 일하고 있는 “간호학원”의 학생들이 오늘 시험을 본단다.
그런데 한 학생이 (그것도 시험에 두번이나 떨어졌던)
응시표를 학원에서 가져오지 않은채,
시험장소로 가고 있다고…
따라서 집에서 부랴부랴 프린팅을 하고,
또 입실에 필요한 코로나 문진표를 프린팅해서…
뒤따라 내려왔던 거였다.
물론 아내는 지하주차장에 가질 못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관계로.

아무튼 그렇게 도착했는데….
그 학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입실 시한이 9시 반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8시 25분인데… ㅠㅠ
아내가 전화를 건다.
버스 정류장에 내렸단다.
그런데 아까 오다 보니 큰 길에서 학교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순간 나는 다시 차를 돌리고,
아내는 “전화 끊지 말아요. 그리고 학교 쪽으로 오면서 차를 봐요”라고 말한다.
큰 길에서 바로 진입로로 들어오는 학생이 보인다.
재빨리 태우고 다시 학교쪽으로 달려서…
정문에서 안내하는 분들에게 고사장까지 가겠다고 말하고..
학교 안으로 진입해서 고사장 앞에 내려주었다.

아내가 함께 내려서 문진표 작성을 돕고…
백팩을 맨 가느다란 학생의 어깨와 입은 옷을 보았다.

“가난”

이 단어가 떠오른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 얼마나 옷 잘 입는데…
궁색하게 입은 것도 아닌데…
내 머릿속에서 그 단어가 떠오른다.
비단 옷에서만 풍기는 느낌은 아닐 터이다.

그렇게 마무리 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오후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연락을 해준다.
학원 강사인 아내에게 가채점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내가 내게 말한다.
“아까 그 학생, 합격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내게 그 학생의 카톡서명사진과 글을 보여준다.

“기댈 사람 아무도 없다.”

이렇게 쓰여있다.
아내가 그 학생에 대하여 이야기해준다.
시험에 떨어졌으니…간호조무사가 되지 못했고,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면서 시험 준비한 학생이라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

그러면서 한가지 생각을 했다.
‘아침에 당신을 실어날렸던 운전기사는 의대교수였다.’라고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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