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그냥 “해부학 만화”이다. 둘째 아들이 가족단톡방에 “이거 사보는 거 어떰?”이라고 썼길래, 곧바로 주문하였고,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밤과 다음날 오전을 거쳐 다 읽었다. 읽으면서 여러가지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처음 썸네일에 나와 있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 번역서인줄 알았다. 도착해서 보니 필명이 ‘압둘라’이다. 당연히 남성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은 후 검색해 보니 여성작가이다. 작가는 체육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몸이 많이 아파서 병원을 많이 들락거렸고, 덕분에 인체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유튜브에서는 유명인사이다.
이 책을 빠르게 읽고나서 해부학을 가르치는 의과대학교수로서 이 책에 대하여 이렇게 정리가 된다.
첫째로, 일반인들이 보았으면 하는 해부학책이다. 만화이다보니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어렵다는 선입관이 강한 해부학을 만화로 그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쉬운 한글용어를 많이 사용함으로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열하였다. 단순한 인체의 구조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기능과 관련된 질병들도 일부 언급해줌으로서 읽는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둘째로, 해부학을 배우기 전인 의예과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한글용어 뿐만 아니라, 구용어(한자표현)와 영어용어도 함께 기술하였다. 어쩐 일인지 모르겠지만, 뒤로 갈수록 영어용어는 점점 줄어든다. 거기에 해부학의 역사나 용어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내에서 해부학이나 의학용어에 조금은 친숙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부학을 전혀 배우지 않은 의예과 학생들이 앞으로 해부학을 배우면서 기능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인체를 부위별 구조의 이해나 해부학명칭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하나의 유기체로서 인식하는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라고 보여진다.
세째로, 해부학을 갓배운 의예과 2학년들이 겨울방학 때, 혹은 본과 1학년에 해부학을 배우는 경우에는 본과 1학년 여름방학 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부학을 다 배우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이런거였어?’라는 말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해부학을 대신할만한 깊이있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 아마도 해부학을 배운 후에 이 책을 읽는다면, 그동안 단편적으로 혹은 국소적으로 이해했던 인체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로 보인다. 만일에 생리학까지 배운 상태라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하게 올 것이다. 만일에 해부학을 배우기 전에 읽고나서 해부학을 배운 후에 다시 읽은 학생이라면, 아마도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얻게 될 것이다.
네째로, 이 책을 해부학을 가르치는 의과대학 교수 뿐만 아니라, 보건계열의 교수들에게도 권한다. 이 책은 해부학적으로 몇몇 오류들이 있다. 그런데 해부학을 전공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내용이 틀렸다.’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해부학책을 보면 이렇게 이해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아무리 쉽게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더라도, 해부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절대 기준의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유튜브 영상까지 보고 난 후에 왜 이런 구성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근육과 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아무래도 만화로 표현하기도 쉽고, 자신의 전공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해부학역사를 이야기한다. 역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아마도 해부학을 이해을 이해하도록 매우 쉽고 간결하게 표현하였지만, 결코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은 치밀한 구성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손과 어깨의 해부학에 대하여 썼고, 이어 머리뼈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넙다리의 뒷쪽인 햄스트링에 대하여 썼다. 이어 허리와 팔, 목, 무릎, 골반, 등. 발, 가슴에 대하여 순서없는 배열을 했다. 앞서 말했지만, 아마도 유튜브의 특성상 접근성과 독자들의 요청에 따른 배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어 국소해부학이 아닌, 계통해부학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경계, 순환계, 내분비계, 소화계, 생식계 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누군가 이 책을 해부학교과서로 생각한다면, ‘왜 이런 순서일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나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해부학을 배우기 전과 배운 후에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쓰려고 여러 책을 참조하며 그림으로 그려내었던 작가의 수고가 보일 것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해부학용어에 대한 것이다. 아마도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한번쯤 귀담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한글화된 해부학용어에 장점으로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고 했고, 단점으로는 아직 완벽히 자리잡지 못했고 현장에서 그다지 쓰이지 않는 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구용어, 즉 한자표현으로 된 해부학용어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대체로 대중적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으로는 한자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직관적이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작가가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체에 대하여 알고 싶은 누구에게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