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페이스북에 지인이 올려놓은 영상하나를 보았다. 세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거실 집기에 온통 페인팅을 뿌리고, 흡족해하며 싱크대에서 몸에 묻는 페인트를 지우고 있는 모습이다. 카메라를 보자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있었던 한가지 일이 떠올랐다. “맞다!”라는 말과 함께.
큰 아들이 세살쯤되었을 듯하다. 집에 퇴근하니 아내가 살짝 나를 따로 부른다. 그리고나서 “절대로 화내면 안된다.”라며 피아노 앞으로 나를 끌고 간다. 인형들이 인쇄된 종이를 가위로 오려 피아노 앞면에 쭉 붙여 놓았다. 그렇도 풀칠을 잘 해서 말이다.
마음속으로는 ‘지금이라도 떼어서 잘 닦으면 피아노를 보호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리고 그 종이인형들은 아들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떼어냈다. 물론 많은 자국이 남았고, 온전하게 떨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결혼직전에 구입했던 피아노는 그때까지 할부가 다 갚아지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먼저 퇴근한 엄마를 보고 아들이 그랬단다. “엄마, 엄마, 보여줄께 있어. 이리 와봐!”하고 하면서 피아노 앞으로 가서 “짜아~안!~”이라고 했단다. 순간 남편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지만, 꾹 참고 “오~~! 멋진데. 아들이 직접 한거야?”라며 격려를 했다고 한다.
1990년에 구입했던 피아노는 2017년 중인동으로 이사올 때 아는 지인에게 선물했다[관련글 보기]. 계속 그 피아노를 소장하려고 했으나, 사실 이사할 무렵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물건들을 버리거나 분양했다. 전주에 이사와서 21년간 한 집에서 살았으니(캐나다에서 살던 2년동안은 그 짐을 방 한칸에 넣어두고 전세를 주었었다.) 그동안 쌓인 짐이 얼마나 많던가!
지금도 그 피아노 생각이 난다. 박봉에 할부로 사서 어렵사리 갚았던 피아노이다. 아이들도 자라면서 그 피아노를 쳤다. 종이인형 데코레이션과 함께 말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