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1학년의 진급사정은 이번주 18일에 있다. 그러나 성적이 나온 학생들이 점수를 취합해서 연락을 주어 파악하게 되었다. 12명이다. 의전원이 생긴 이후에 가장 높은 유급률이다. 학년주임인 나로선 마음이 매우 아프다. 의학교육에서 유급제도는 필연적이긴 하지만 너무 높은 유급률 때문에 며칠동안 머리가 아프다. 의전원이 된 이후에 이렇게 많은 학생이 유급한 적은 없다. 보통 5명 이내였다. 그런데 보통때의 두배가 넘는 학생이 유급을 하게 된다.
약 2주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물론 유급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교육자로서의 보람에 대한 것이었다. 의대교육에서 유급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제대로 가르쳤는가?” “제대로 평가했는가?” “평가후 구제의 노력은 있었는가?“하는 세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물론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가르치는 교수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는 과연 그런 시스템을 가졌는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10명중 한명이 유급을 했다는 것은 의전원이 생긴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의전원 문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성적분포는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입시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과연 우리에게는 잘못이 없는가?하는 질문을 던져보다는 것이다.
학년주임으로서 마음이 매우 아프다. 학년주임을 사임할까?도 생각 중이다. 이 부분은 함께 학년 주임을 맡고 있는 조대선 교수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물론 가르치는 교수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돌아보자는 것이다. 의전원 이후에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매우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선배들은 “적당히 하면 다 올라가”를 계속 후배들에게 주입시켜 왔다. 사실 오늘 찾아온 유급대상 학생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좀 쉽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의전원 이후에 학생들의 연령대와 비싼 등록금 때문에 교수들의 성적사정의 폭이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놔두면 우리가 나쁜 의사를 길러낼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가진 점도 있다. 우리는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교육한다. 나쁜 의사로 길러내면 사기꾼이나 살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꼭 강력한 유급제도가 정답이냐?하는 질문을 이 시점에서 던져보자는 뜻으로 글을 남겨둔다.
또한, 유급한 학생들에게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단 여러분들이 어떤 이유로 유급했던지 다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받아들일 것은 빨리 받아 들여야 한다. 1년간 정들었던 친구들과도 이제는 서로의 길이 다르니 접어두고 새로운 학년들과 이제 졸업동기생으로 함께 가야 한다. 자꾸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학습방법이나 태도에 대하여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부학의 학습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교수들도 이번 학기에는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문과 출신의 학생들은 생화학에 신경을 쓰길 바란다. 이과에서 이미 배우고 온 학생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학습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방해되는 모든 것을 잘라내야 한다. 나의 학습을 방해하는 것이 동아리라면 잘라내야 한다. 그런 결단이 지금 필요하다. 절대적인 학습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학습능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안해 하지 말고 학습시간을 늘리려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힘든시간을 겪고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