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모임

By | 2013년 1월 28일

학부모 모임은 대개는 초등학교에서 시작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서울대에서도 단과대학별로 학부모모임이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 인터넷에서 “학부모모임”이라고 검색을 시도했다.

OOO학교 학부모모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등록금걱정하는 학부모모임, 육군사관학교 학부모모임, 의대관심있는 학부모모임, 중국상해학부모모임,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등이 구글링을 통해 검색된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지대한 학부모들로선 이런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순기능 뒤에 숨겨져 있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과연 학부모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가?하는 점이다.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행정적으로 복잡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필요할 수도 있다. 대학이 캠퍼스를 옮긴다던가, 대학이 문을 닫게 되었다거나, 대학이 행정처분을 받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와 같은 경우에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대학에 학부모들의 모임이라는 것은 넌센스이다.

묻고 싶다. “왜 모이는데?”

두가지가 우려된다. 첫째는 자기 자식의 이익을 위한 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모임에 적용될 가능성, 두번째는 뚜렷한 정체성 없이 남의 말들이나 해대는 사조직화이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잘하네 마네, 잘생겼네 못생겼네, 아버지 직업은 무엇이다네 등 참으로 그 모임의 정체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그련 영향으로 대학생끼리 처음 만나서 하는 말이 “니네 아버니 직업이 뭐야?”라고 묻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졸업후에도 그런 모임이 계모임처럼 지속되는데 주로 나누는 이야기는, 누가 결혼을 하네, 결혼 상대가 전문직이네, 집을 해오네 마네, 어디 취직했네, 의전을 갔네, 로스쿨을 갔네 등등 자기 자식이 30이 다 되었는데도 학부모 모임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볼 수 있는 경우들이 이제는 대학까지 번져있는 셈이다. 그렇게 할 일들이 없을까? 그런 시간이 있다면 어디 봉사단체라도 들어가서 땀을 흘리기 바란다. 진심이다. 솔직히 지금 대학생들을 둔 부모들 중 극히 소수들이 보여주는 행태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제발 좀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부끄럽다. 같은 세대로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마을별로 돌아가며 호박죽이나 간식을 직접 준비해서 학교에 제공하던 그 때를 기억해 본다. 어린 나의 눈으로 볼 때도 별로 사심없이 아이들을(실제로 도시락을 제대로 싸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음) 위한 배려라고 기억된다. 나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의 간식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아주 나쁜 음식제공”이었다고 생각된다. 왜 아이들이 하루종일 배가 불러야 하는가? 자신의 배고픈 시절의 아픈 기억을 그렇게라도 보상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당시에 하곤 했었다.

오늘 글을 이렇게 과격하게 쓰는 이유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학부모모임이 대학에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세대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게 만들지 못하고 나약한 병신들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제발 좀 해 보길 바란다. 그런 에너지가 있다면, 그런 돈이 있다면 좀 선한 곳에 쓰길 바란다. 글을 남겨놓으면서 씁쓸함이 계속 남는다. 이런 글은 앞으로 쓰고 싶지 않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젊은 엄마들이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보교환”이라는 명목으로 그런 모임에 가지 말길 바란다. 그 소위 정보라고 하는 것들은 위에서 나열한 쓰레기들이 대부분이다. 진짜 좋은 정보는 절대로 주지 않는다. 그 모임이 매우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구글링을 해보면 나온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모임은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보라는 것은 주어 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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