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글들은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익명”의 글들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글쓴 사람은 자신이 써놓은 글이 정작 “자신의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의 글에 자신의 실명을 쓰지 못하는 것은 곧 자신의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현재의 내 자신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섞인 자신이다.실명으로 쓸 수 있는 상태의 “나”가 바로 실제의 “나”라는 것이다. 익명의 뒤에 숨긴 자신은 “나”가 아니라는 말이다.
술을 마시면 진실을 말하게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에게 자신의 의지나 사회적 동물로서의 자신의 진짜 모습(그것이 필터링되었던지 억압된지 간에)은 “내 자신을 타인에게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상태의 나”를 말한다. 익명성으로 쓴 글 뒤에 숨어 있는 나는 “나”가 아닌 “타인”인 셈이다.
술을 마셔 자신의 의지와 판단에 의해 걸러진 말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말은 타인의 말이다. 왜냐하면 술을 깬 후에는 후회할테니 말이다.
우리 사회는 실명보다 익명이 더 많다. 물론 익명의 글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게 주류가 되어서는 안되는 말이다. 익명으로 올린 글이 과연 “용기있는 글”이냐?라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그것은 비겁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는 익명성의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자신이 썼는데 자신이 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